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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un 08. 2022

노력의 절대값

1+1=2 단순하지만 위대한 가치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의 범위가 100이라 하면,

앉아 있는 것은 80, 서있는 것은 40, 누워있는 것은 0의 부담을 준다고 한다. 9 to 6 하루 9시간을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야 월급이 나오는 사무직 회사원에게 '허리디스크'는 그 자체로 100의 부담이다.

허리 통증이 빠르게 회복되어 이제는 뛰고 걷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지만 여전히 미용실에서 3시간 넘게 앉아 있는 것은 곤욕이며, 그날 밤 어김없이 시큼거림은 내 몸에 안녕을 묻는다.


특히 그런 날은 땀이 나도록 실컷 걷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왜인지 모를 죗값을 치른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력이 주는 평온함이라고 하면 맞는 것 같다.



아프기 전까지는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주변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노력에 비해 절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고, 1에 1혹은 그 이상을 더했지만 결과값이 0 또는 마이너스인 것도 종종 봐왔다. 상생이, 이해관계라는 것이 무 자르듯 혹은 숫자 세듯 딱 떨어지지 않아서겠지. 그래서 우스갯 소리로 "열심히 살면 뭐 하냐"는 말이 생긴 것 같다.


무수한 외부요인에 벗어나 '본인의 신체' 만 두고 본다면 노력은 절대값임이 분명하다. 고통은 고스란히 당사자의 몫이고 극복도 본인이 스스로 풀 과제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한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사람을 겸허함에 이르게 한다. 세상 제일 튼튼한 간과 폐를 가진 듯 술담배는 물론이요 밤샘에 과로까지 거뜬없던 20대의 나를 30대의 내가 거둬들이듯 틈만 나면 관리와 운동으로 갚고 있으니, 겸허해하지 않고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내가 겪고 있는 허리디스크는 1+1=2라는 수식에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12시간 동안 초근을 하고, 대학원 야간수업이 끝난 깊은 밤에도 운동화를 고쳐신고 1시간씩 걷는다. 영하 20도의 날씨에는 겨드랑이가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옷을 껴입고 또 걷는다. 날이 많이 더운 한 여름날은 새벽의 선선함에 힘입어 걷고 또 걷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이 되어 내일도 오늘과 똑같거나 더 악화될 뿐이라는 걸 머리보다 몸이 먼저 깨달았기 때문에 멈출 이유 없는 루틴이 되었다. 노력하면 더 잘 걸을 수 있다는 것만큼 짜릿하고 달콤한 유혹이 어디있단 말인가? 이 당연한 이치를 아파본 후에야 깨달은 것이 썩 아쉽지만 그럴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스쿼트 하나라도 더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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