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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ul 13. 2022

재활이 갖는 의미

허리디스크 환자의 재활일기

다음 해 겨울 즈음에는 웬만한 일상에도 통증이 없을 정도로  호전이 되었다. 걷기, 등산, 필라테스와 헬스를 병행하며 꾸준히 관리했고  덕을 보는 듯했다. 기쁘고 뿌듯했다. 역시 성실함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군!



하지만 매일 걷고 관리를 해도 일과 중 혹사된 몸은 불가항력처럼 그날 , 또는 다음  아침 기어코 허리의 시큼 거림과 묵직함을 수반한다.

이것은 지난 3~6월 동안 대학원 야간 수업이 ~ 3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하루 12시간 정도를 책상에 앉은 자세로 지내며 겪게 되었는데, 극복코자 귀가 후 그리고 주말 내도록 강행한 걷기와 헬스는 오히려 역효과였다. [피로 누적-> 활동량 감소->오랜 책상생활-> 미약한 통증-> 억지 운동]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어느  아침, 몸을 뒤척이다가 허리가 쩌릿한 느낌이 들어 번개를 맞은  눈이 떠졌다.

이러다 회사도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화 끈 고쳐 매듯 마음을 다잡고 이른 아침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비장하게 매트를 펼쳤다. , 다시 시작이다. 이 정도에 무너질쏘냐? 그간 쌓은 몸의 증진만큼 마음의 건강함도 따라온 덕분에 허리 통증이  멘탈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호라, 너구나? 잘해보자.


나에게 운동이란 디스크의 완화를 위한 숙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이자 필수 옵션이며 그것이 무너지면 일상의 모든 것이 와르르 땅으로 곤두박질친다는 것을 너무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걷고, 짬을 내어 운동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의식 같은 행위가 되었다.  강박 속에 3 연속 과로한 몸을 이고 지고 거리로 나가 걷고, 헬스장에 도착했던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의 편함을 추구했던 경솔함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타보다는 점검과 재가동이 필요할 때이다.




청소년 때부터 댄스그룹 아이돌을 시작한 3~40 연예인들은 종종 본인의 메인곡이 플레이되면 자판기처럼 그때의 춤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달라진  체력뿐인  헉헉대는 얼굴로 "몸이 기억하네요(머쓱)"라고 말하며.

거실에 펼친 매트 위에 앉으니 나이가 들어버린 아이돌이 추는 춤처럼, 연말부터 큰돈 들여 배웠던 1:1 필라테스 수업에서 습득한 스트레칭 자세와 기본 동작들이 떠올랐다. 「어머 선생님, 몸이 기억하네요 감사요 」라고 문자를 보낼까 했지만 익살스러움은 접어두기로. 이렇듯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제대로 하는 스트레칭이 때로 대충 하는 운동보다 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매트에 앉아 허벅다리 뒤쪽과 종아리, 어깨와 , 골반과 엉덩이까지  부위씩 몸을 늘이고 이완시킬 때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뻐근했던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거지!' 숨통이 트이자 고된 일과 중 해야 할 것은 의무감만 남은 활동이 아니라 쉬어가는 듯 편안한 스트레칭이라는 걸 느꼈다. 정작 아들 둘을 낳고 기르는 친구에게 "반찬    만들고  운동해라"라고 하는 게 나였는데, 스스로에게는 왜 그리 다정하지 못했는지 양심이 찔렸다.


강도 높은  산책이나 등산, 운동은 대학원 종강 이후 하자고 신랑에게 선언한 뒤 나무의 아침산책보닽 늦은 밤 귀가해 어질러진 집안을 정돈하는 것보다 먼저 매트에 몸을 뉘었다. 온종일 중력의 괴롭힘을 이겨내기 위해 허리 근육을 풀며 당분간 해야 할 일보다 먼저 내 몸을 챙겼다. 그마저도 허리 통증이 심한 날에는 과감히 스킵. 아픔을 참고 걷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근육 사용으로  불편감을 안겨줄  있기 때문이다. 대신, 곧게 바닥에 누워 허리에 몰린 피와 뭉친 긴장을 풀어주었고 그날은 한결 편히 잠들  있었다.



잘 걷기 위함은 분명히 크고 작은 일과의 많은 행동, 자세와 연결되어 있지만 잠시 멈춰야 할 것, 당분간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친숙한 설명으로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또는 '마라톤 완주를 위한 잠깐의 휴식'과 비슷하다.


심신의 일부분이 불편하고  막힌 느낌이 든다면 잠시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두고 지금 당장 필요한 '스트레칭'같은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운동이자 재활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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