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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Oct 22. 2020

온라인 수업, 너는 올라잇(alright)?

아니오, 아임 낫 올라잇.

"미적분 수업을 처음부터 다시 했어요! 몇 명 빼고는 온라인 수업을 안 들은 거죠."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온 수학 선생님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한 말이다. 이미 온라인 강의 때 미적분 첫 단원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대면 강의를 시작하면서 하나도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한숨이 안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국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아이들은 집에서 수업을 듣지만 일터에 나가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들은 "마우스로 클릭조차 잘 못하는 아이에게 급히 컴퓨터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나왔지만 혼자서 잘 듣고는 있겠냐"라며 걱정을 하였고,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온라인 수업을 켜 두기만 하고 딴짓하지는 않는지, 방에 CCTV를 달아 두고 실시간으로 점검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학원가에서도 온라인 수업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학원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고 하길래 무슨 말인지 물어보니, 학원 자율학습실을 온라인 수업 전용실로 만들어서 거기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으며,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듣는지 확인까지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얘기를 교무실에서 하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선생님들이 "아니, 그 학원 어디야? 내 아들도 좀 보내고 싶은데?"라고 말할 정도이니,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동안에 컴퓨터 책상 앞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다행히 각 지역 교육청들은 대학생 온라인 멘토링이나 쌍방향 수업 등 다양한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을 둔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는 돌봄 교실을 신청하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도 있다.  원격 교육에 따른 교육 격차 해소 및 디지털 취약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낀 채로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을 멈추기란 어렵다.

 


"돌봄 교실에 가 봤자 점심 먹고 아이들은 집에 와.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 혼자 어떻게 있겠어. 학원만 열심히 돌리는 거지."

"고등학교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봤자 4시면 끝나는데 그 이후부터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

"학원이나 스터디 카페 가 봐. 학생들 바글바글해.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안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집에만 있다가 내 자식만 뒤쳐지는 거지."



현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각급 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실시 중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많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학력 격차와 돌봄 공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으며, 끝난다 하더라도 이와 비슷한 사태가 앞으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 속에서 어찌 보면 '슬기로운 온라인 수업'같은 과목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 코로나 19 사태와 너무나 흡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서점가에서 엄청난 재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없습니다.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뭔가요?"하고 랑베르는 돌연 신중한 태도로 물었다.

"일반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 그것은 나의 직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2m 거리두기, 마스크 항상 착용하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기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여기에서 말하는 성실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차원을 넘어선 성실성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수업의 경우에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내용들을 배우기 때문에 대부분 과목에서 부교재로 EBS 수능 대비 교재를 선택한다. 따라서 중학교 수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학습량과 높아진 난이도를 따라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전부터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 가면서 공부를 하는 '성실성'을 갖춘 학생들만이 온라인 수업에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성실성은 온라인 수업에서만 요구되는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 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으면서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나 부족한 것을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해 온 학생들이야말로 온라인 수업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성실하게 이루어져 가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으로 채워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정치가인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성실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사람은 지혜가 모자라서 일에 실패하는 적은 거의 없다.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성실성이다. 성실하면 지혜도 생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등교 수업이 갑자기 전면 금지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는 현시점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상황을 탓하거나 혹은 그동안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학생이 있다면 당장 오늘 해야 할 공부 계획을 세워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 하루 계획대로 실천해 보는 것이다. 너무 간단하고 쉬운 방법처럼 들리는가? 모든 성공은 다 이런 사소한 실천과 노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런 실천과 노력은 성실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이다. 

결국, 매일매일 성실하게 자신이 계획한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늘 그래 왔듯이, 성공에 가장 가까워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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