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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Nov 09. 2020

내 아이를 훈육하는 현명한 방법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 갔더니 상담 선생님께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실시한 심리 검사에서 우리 반 지원(가명)이의 자살 충동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아이와 한번 상담을 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지원이를 불러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집에서 가족과의 관계는 어떤지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엄마 때문에 기분 나빠서 집에 가기 싫어요.”

“그렇구나. 엄마가 어떻게 하실 때마다 지원이가 기분이 좋지 않아?”

나는 조심스레 지원이에게 물었다.

“어제 몸이 안 좋아서 학원 빠지겠다고 말했더니, 네가 그렇게 쉽게 흔들리는 모습 보여주면 엄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고,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와도 이런 식으로 엄마 마음 아프게 할 거냐고 말해요. 근데 제가 더 마음 아프고 속상하거든요.”

선생님이 엄마와 통화를 한 번 해 보겠다고 말한 뒤 지원이를 교실로 돌려보냈다. 학교 규정상, 자살 충동 수치가 높으면 학부모에게 꼭 전화를 해야 했기에 나는 지원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이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엄마가 그러하듯이 지원이 엄마 역시 아이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면 이미 다 큰 건데 공부를 안 한다고 뭐라고 혼낼 수도 없잖아요. 혼낸다고 스스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잘못할 때마다 엄마가 너무 사랑하는 딸이 그렇게 행동하니까 엄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건데 이게 아이한테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줄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담임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부모와 상담을 하지만 그 어떤 부모도 아이에게 진심으로 상처를 줄 의도로 혼을 내지는 않는다. 부모가 심하게 혼을 냈을 때 아이가 혹시 나쁜 마음을 먹고 집을 나가기라도 할까 봐 말 한마디 더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그런 부모들이 대개 선택하는 훈육의 말은 ‘감정에 대한 호소’이다. 아들보다 딸을 둔 부모들은 특히나 더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아이를 배려한다고 생각한 훈육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몇 년 전 EBS교육대기획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총 10부작 중 8회의 주제인 ‘상위 1%의 비밀’에서는 아이의 잘못을 훈계하기 위한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교사로서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주어진 상황은 이러했다. 

상위권 학생들과 평균 성적을 가진 학생들의 엄마에게 요즘 자녀에게 불만인 점을 미리 생각해 보게 한 뒤, 그것에 관해 아이에게 훈계하도록 하는 설정이었다. 고등학생인 아이를 둔 엄마들의 공통적인 불만사항은 바로 ‘인터넷의 과도한 사용’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아이를 훈계하는 엄마들의 태도는 언뜻 봐서는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위 0.1% 아이들을 둔 엄마들과 보통 성적의 아이들을 둔 엄마들의 훈계 법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상위권 학생의 엄마들은 대체적으로 “지난번에 엄마와 인터넷 사용 규칙에 대해 같이 세웠는데, 네가 어긴 거잖아. 약속을 어긴 건 잘못된 행동이지.”라는 방식으로 혼을 냈다. 

반면, 평균 성적을 받은 학생들의 엄마들은 “네가 인터넷을 너무 많이 사용하니까 엄마가 화가 나는 거야.”라는 방식으로 혼을 냈다.


  그 차이가 보이는가?

상위 0.1%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녀를 훈계할 때 절대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단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만 훈계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의 엄마는 훈계를 한 뒤, 마지막에 

“그런데, 그렇게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는 것 자체는 대단하다. 뭔가에 집중한다는 거잖아.”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반면, 보통 성적의 아이를 둔 엄마들은 

“동생들이 널 보면 뭘 배우겠어?”

“네가 그렇게 하니까 엄마가 화 안 나겠어?”

“너보다 엄마가 더 짜증 나.”

라는 식으로 엄마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훈계 상황이 종료되고 난 뒤, 아이들에게 당시의 기분이 어땠는지를 인터뷰했다. 상위 0.1% 학생들이나 보통 학생들 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상위 학생들은 자기 자신이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대답한 반면, 보통 학생들은 단지 엄마한테 혼났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짜증 난다’, ‘엄마 잔소리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여대 아동학과 남은영 교수는

“자녀와 부모 간의 대화에서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5:1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행복을 느끼며, 긍정적인 자존감이 확립된다”

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자녀와 대화를 할 때 주로 긍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고, 훈계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부모의 감정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아이의 잘못된 행동만을 훈계하는 것이 부모가 가져야 할 중요한 대화의 기술인 것이다. 물론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훈육하느냐 때문에 내 아이가 성적이 상위권이 되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만을 훈계하느냐와 자신의 감정을 내세워서 훈계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반성을 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긍정 훈육의 창시자 제인 넬슨은 그녀의 책 ‘긍정 훈육법’에서 부모가 지켜야 할 27가지 훈육법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그중 첫 번째 원칙이 바로, ‘부드럽고 단호하게 대처하라’이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혼을 내야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아야만 ‘부드러운 대처’ 기술이 통하는 것이다. 혼을 난 아이들 역시 ‘엄마는 내가 잘못해서 내 행동을 혼낸 것이지, 나를 짜증 내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야’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지난주에 목욕하면서 목욕물을 자꾸 장난처럼 마시는 아들에게 “너 자꾸 엄마 화나게 할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 그 전에도 아들을 훈계할 때 나는 종종 나의 감정을 내세웠을 것이다. 나는 엄마로서 잘못된 훈계 방법을 사용한 것에 대해 크게 후회했으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엄마 역시 많은 공부를 하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면 아이를 혼내기 전에 부모로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해 왔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부모인 우리는 늘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 노릇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들고 까다롭고 스트레스가 따르는 일이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마음과 영혼과 의식, 유대감에 대한 아이의 경험, 

삶에서 아이가 터득하는 기술, 아이의 가장 내밀한 감정 변화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장차 아이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존 카밧진, '매일 매일의 축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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