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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May 30. 2023

내가 너에게 반박하지 않는 이유

말투의 중요성


  내가 약 한 달 동안 2킬로그램 정도의 몸무게를 감량했을 때 B는 말했다.

"언니, 그게 무슨 감량이야. 몇 끼만 안 먹어도 그 정도는 빠져."


  학교 방학 동안 집에서 쉬고 있을 때 B가 말했다.

"그래도 월급 제대로 받지? 쉬는 공무원들 월급 주려고 우리가 세금 내는 거 아닌데 말이야."


  평소에 검은색 계열의 옷만 입던 B가 아이보리 색 니트를 입고 온 날 잘 어울린다고 말해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그동안에 입고 다녔던 옷들은 별로였단 뜻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B를 10년 넘게 만나온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내 생일은 기억해서 축하해 주는 건 물론이고, 내 친구들조차 가끔 혼동하는 내 아이들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첫째가 처음 초등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축하한다며 케이크 쿠폰을 보내줄 정도였다. 

문제는 말투였다. 

사람 잘 챙기고 무슨 고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달려와 주는 고마운 사람인 것은 확실한데 늘 말투 때문에 만나면 꼭 한 번씩은 상처를 받고 돌아온다.  물론 A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고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이다.

"언니, 나도 내 말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말이 나와. 언니도 그렇고 주변에서 친한 사람들이 말해줘서 고쳐야겠다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 잘 안돼."


 순간 몇 해 전 우리 반이었던 혜승(가명)이가 생각났다. 혜승이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곤 했었는데 종종 그렇듯이 그 무리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혜승이만 혼자 남았다. 혜승이는 아이들이 자신을 왕따 시킨다고 말하면서 힘들어했고 나는 나머지 네 명의 친구들을 차례대로 불러 어찌 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전부터 혜승이한테 불만이 있긴 했어요. 말투 때문에요. 툭하면 '너 바보냐?'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잘나고 우리는 못났다는 듯이 대했고요. 욕도 너무 자주 해요. 지난번 학교 행사 끝나고 야자 하는 날 다들 좀 하기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혜승이가 자꾸 오늘 같은 날에도 야자를 해야 하냐며 신경질을 내면서 '개 짜증 난다', '학교 폭발했으면 좋겠다' 막 이런 말들을 하는 거예요. 진짜 같이 있기 싫어요. 늘 부정적인 말만 하니까요."


 이내화 성공학 칼럼니스트는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시간과 말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남에게 미움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인생에서 말투는 너무나도 중요하며, 자신의 말투로 인해 많은 것을 얻거나 잃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데 잘못된 말투를 고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직설적이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된 말투를 '나는 좀 솔직한 편이야'라고 좋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한 말로 인해서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솔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나는 좀 배려심이 없는 편이야'라고 말하는 게 더 그럴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투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물 뚜껑이 잘 안 열리는지 살짝 짜증을 내면서 "아이, 씨!"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쓰는 것은 좋지 않으며, 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말투이기 때문에 앞으로 쓰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그거 자기 말투예요. 자기가 그 말 종종 써요."

순간 나는 '내가 그런 말을 썼다고? 그럴 리가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후 내가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아이, 씨"라고 내뱉는 걸 깨닫게 되었고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 모습을 보고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 말투를 쓰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나의 말투를 인지하고 나자, 내가 그 말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알게 되었고 그때마다 '방금 또 사용했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말자!'라고 수없이 다짐했다. 그 후 언제부터인지 그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이 일을 통해서 나는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로 나의 잘못된 말투를 먼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어린이나 십 대가 아닌 성인이라면 주변에서 말투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냥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쓰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그럴 경우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자신의 말투에 대해 물어보고 고칠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유머로 재치 있게 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에서 유재화 작가는 말투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말투를 고치려고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따뜻한 가슴이 없다면 따뜻한 말이 흘러나올 수 없죠. 냉수 밸브에서 냉수가 흘러나오고 온수 밸브에서 온수가 흘러나오듯, 가슴이 바뀌지 않으면 말은 결코 바뀌지 않는 게 아닐까요? 내가 오늘 뱉은 말 한 조각은 내 인생을 보여줍니다. 깎아내고 다듬어서 제대로 조각한 한마디가 내 인생의 DNA입니다.



 막 태어난 아이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말투를 보고 따라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어른들은 보고 따라 할 대상이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잘못된 말투를 바꾸기 위해 애쓰기조차 어렵다. 유재화 작가의 책 속 글귀처럼 나를 깎고 다듬어야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적당히 잘 살아왔는데 뭘 그리 애쓸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의 인생 역시 부정적으로 흘러가며, 그런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내가 쓰는 말투는 나의 인생을 보여주는 표지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고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는 사람은 결국 우울하고 불행한 인생으로 이끌려가게 될 것이다. 반면에 남을 배려하고 기분 좋은 말투를 쓰면 매일매일의 일상 역시 그렇게 되고 또 주변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런 표지판을 가진 사람들의 인생은 결국 긍정적이고 밝은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될 것이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될 것이다.

                                                습관을 조심해라, 인격이 될 것이다.

                                               인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될 것이다.

                                                            -마거릿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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