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교보문고 개발자 매거진『리드잇zine』2호 中
매거진을 발행하기로 결정한 건 잘 한 일일까? 무턱대고 종이 잡지를 만들겠다니.
창간호를 준비하는 과정은 무모했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1호에는 업계의 쟁쟁한 개발자분들의 좋은 글들을 담을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분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호를 준비할 힘을 얻었다. 이왕 벌려놓은 이 일을 계속 잘 해보고 싶다. 리드잇zine 1호 3천부는 이제 모두 독자를 찾아갔다. 첫 출발치고 나쁘지는 않았다고 자평해본다. 창간호에서는 성장판을 찾아가는 우리의 일상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2호에는 그 일상 속에서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리드잇zine은 가로 13cm, 세로 19cm의 작은 종이책이다. 작지만, 결코 작지만은 않은 글들을 담고 싶다. 읽고 나서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 판매용 책이 아니니까 과감하게, 자유롭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한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종이 잡지 발행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할 수 있기를,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전 상암동으로 사무실 이전을 했다. 입사해서 지금까지 15년동안 이사를 꽤 자주 한 편이다. 광화문에서 상암동, 상암동에서 광화문, 광화문에서 파주출판단지, 출판단지에서 다시 상암동으로. 사무실 안에서도 때때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층간을 오가고 자리배치가 변경되었다. 이사를 하며 매번 다짐하는 건 증정본으로 들어온 책들을 쌓아두지 않겠다는 것인데 매번 실패한다. 이번에도 결국, 예상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또 쌓여가는 중이다. 책은 MD에게 보내오는 신간 증정 도서들인데, 이 책들을 어떤 형태로든 처리(?)하지 않으면 책이 책상을 삼켜버리는 일이 생기고 만다. MD인 내가 하는 일은 책과 독자 사이에 있는 거리를 계속해서 좁혀나가는 일이다. 책과 책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독자와 독자 사이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책 소식을 전한다. 책을 잘 소개하기 위해 읽고, 찾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내가 MD로 일할 수 있는 동력은 너무 당연하게도 책에서 나온다.
모든 직업인에게는 손에 쥔 제 1의 도구가 있다. 나의 경우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의 도구는 무엇인가? 0과 1을 친구 삼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 개발자. 당신(개발자)의 도구가 궁금해졌다.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어버릴 것만 같은 환상과 동경심. 컴퓨터 언어를 통해 지구(earth)적으로 연합이 가능한 브레인 집단. 오픈소스라는 거대한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혁신과 변화들.
당신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이번 호부터는 독자분들의 원고도 싣기 위해 몇몇 채널을 통해 원고모집 안내를 했다. 기고글이 밀물처럼 들어와 메일함이 가득차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원고 마감일까지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눌러 쓴 좋은 글들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리드잇진 3호는 12월에 발행할 예정인데, 연말은 누가 뭐라해도 ‘자기 반성’의 시간. 2021년 한 해를 돌아보고 2022년 새로운 목표를 세워보는 ‘회고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의 시간 속에 어떤 핑곗거리를 삼아 스스로 정체해 있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도 전에 포기해버린 일은 없었을까?
때는 바야흐로 나를 돌아볼 시간.
이 글은 개발자를 위한 격월간 매거진『리드잇zine』2호 (2021년 11월 발행)에 실린 editor's letter 글입니다.
『리드잇zine』(리드잇진)은 종이잡지로 발행 후, 재고 소진 후 전자책으로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종이책 버전 4호(https://bit.ly/3Mf747o)가 배포되고 있으며, 1호~3호(https://bit.ly/3FzJJve)는 인터넷교보문고 ebook으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리드잇zine 5호 원고 모집 안내 (https://bit.ly/3uJHoK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