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도 봄은 온다
기획회의는 매 호마다 집중하는 주제가 명확하다.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는 계속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잡지가 너무 고맙다. 다음 호 주제는 뭘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잡지 제작자에게 '다음 호를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한때 매거진을 발행했었다.)
이번 호 주제는 #편집자의위기 인데 출판계에서 편집자라는 단어 뒤에는 #절망 #위기 #탈출판 #노동자 #신입보단경력 #탈편집 등과 같은 말들이 당연스레 따라붙곤 한다. 이번 호는 그 이야기를 다룬다. 편집자를 소재로 하는 책들은 이미 많고, 이 책들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서 '편집자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나 편집자 '인터뷰집'이나 수많은 '편집론'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편집자의 세계를 다룬다.
출판에서 편집자는 시작이자 끝이다. 출판은 편집자로부터 시작되고, 편집자의 손 끝에서 한 권의 책이 탄생한다. 아무리 우리가 책을 안읽고, 책을 싫어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한들 책 없이는 우리의 지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태어나서 학습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 취업하고 자기계발하고 지적, 문화적 교양을 함양하기 위해 책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책들은 편집자가 만든다. 우리 모두는 편집자에게 일종의 빚을 지고 있는 것 아닐까.
이렇게나 중요한 편집자인데 왜 편집자를 이야기할 때, 편집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절망과 한숨이 뒤섞여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현장의 일부 목소리를 <기획회의> 603호가 담아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기에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고 출판계 내에서 모를 사람도 없을 이야기들이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기에 그저 답답하기만 한 이야기들. 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이야기들.
계속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면 좋은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탈출판, 탈편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조금씩 사라지기를. '편집자의 위기'가 출판의 위기로, 우리 모두의 위기로 읽혀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