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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테테 Apr 25. 2024

[서평] 기획회의 604호. 지금 편집자의 학교는

누구나 세울 수 있다. 용기만 있다면.

이번 기획회의 604호는 출판편집 교육 환경에 대한 에세이들이 담겼다. 출판노동에 대한 얽혀있는 여러 아젠다 가운데 교육 또는 양성의 문제는 그 어느 이슈보다 중요하다. 출판의 위기가 대한민국의 ‘책 싫어하는 문화’와 ‘저조한 독서율’만 탓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독서실태조사 리포트를 보면 바쁘고 힘들어죽겠는데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책을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한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보다 충격적이고도 놀라운 결과는 ‘책의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책의 필요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으나 나는 이 말이 ‘읽을 책이 없다’ 혹은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와 같은 이유라 생각했다. 어차피 책이라는 건 취향의 문제인지라 사람마다 읽고 싶은 책이 다 다르고 필요한 책도 다를텐데 대중들이 너무 한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책을 싫어하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나는 책을 읽고 싶지만 읽을만한 책이 없지 않냐’를 시전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출판과 서점의 현황을 보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읽을만한 좋은 책은 누가 만드나. 좋은 편집자가 만든다. 좋은 편집자란 ‘책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고 텍스트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식견, 텍스트를 정교하게 다루는 섬세한 언어 감각에 덧붙여 꼼꼼한 긴장을 유지하며 끈질기게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과 근성, 협업하는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포용력과 최적의 접점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사람‘이다.(32쪽.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교육>, 변정수 출판 컨설턴트) 이런 편집자는 어떻게 양성되는가. 편집자 양성교육에서 단기완성으로 키워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에서 프로리그가 잘되려면 유소년, 아마추어 리그가 활성화되고 건강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어야 하듯, 출판계가 잘되려면 출판계를 지탱하는 독자와 작가, 예비편집자, 예비출판인들이 많아져야 한다. 출판환경이 건강하게 잘 돌아가야 좋은 인재들이 출판계로 몰려들고, 이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신입 편집자를 뽑아서 일정 기간 가르치며 책 만드는 일을 손해라 여기는 분위기 속에 새롭게 출판 편집인이 될 수 있는 경로가 아주 좁은 지금의 상태라면 출판의 미래는 밝지 않다.


열악한 출판 노동 환경은 탈출판이 답이라는 슬픈 아우성을 부른다. 악순환의 고리는 어디에서부터 끊어야 할까. 우리는 모두 안다. 출판계 우리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출판은 늘 불황이고 어렵다. 어려우니까 조급하고 긴 호흡을 가져갈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안다. ’우리가 키워야 한다‘는 것을. (25쪽. <우리가 키워야 한다>, 북마녀 기획회의 편집위원) 출판의 실무 역량은 지식과 경험 둘 다를 필요로 하는데 그 동안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유지해 온 ‘도제식’ 훈련은 지금 상항에 안맞을 수 있다. 독자들이 책을 더 외면하기 전에 용기를 내어 출판사에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편집자를 키워내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책은 편집자가 만든다.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많이 만들어서 책 읽기의 즐거움도 느끼게 해주고 넷플릭스,유튜브로부터 빼앗긴 독자들의 시간을 되찾아오자. 그러려면 편집자의 학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출판사이든 제도적으로든 <배울 수 있는 환경>(38쪽. 조세현)을 만들어주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교육>(32쪽. 변정수)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렇게 환경이 만들어지고 배움과 성장의 길을 통해 우리는 <다다를 수 없는 완벽함을 향해>(44쪽. 권은경)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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