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이제 할 일을 다 했어. 한밤의 팝업스토어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야. 오늘의 이벤트를 위해 난 정말 노력했어. 그동안 잠못드는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제 좀 쉬어야겠어. 어쩌면 꽤 긴 휴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이 밤 모든 고양이들이 행복하길 기도해. 오늘 밤 꿈속에선 달의 여신 루나에게 고행점 이야기를 들려줘야겠어.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고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이런 놀라운 백화점이 있다는 걸 여신님이 아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블랑쉬의 말에 화답하듯 달빛이 블랑쉬의 방 안을 환한 미소로 감싸안았다. 블랑쉬는 흰 망토를 벗어 파란 벨벳 장의자의 팔걸이에 걸쳐두고 몸을 길게 뉘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검은 고양이의 흰 망토가 춤추듯 하늘거렸다. 블랑쉬는 우아하게 긴 하품을 한 번 하고는 깊고 푸른 잠의 바다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었다.
‘흠흠, 이 향기는 뭘까? 먼 옛날 언젠가 맡아본 꽃냄새 같아.’ 꽃으로 만든 요람 위에 누운 듯 향긋한 꽃냄새가 럭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럭키는 알 수 없는 향수와 행복감을 맛보았다. 행복이 나비처럼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요람이 붕 떠오르더니 날기 시작했다.
“소사 소사 맙소사! 내가 날고 있어!”
럭키가 흥분해서 소리내어 외쳤다. 럭키의 요람은 어두운 도시의 상공으로 순식간에 높이 날아올랐다. 고행점의 꼭대기 노란 불빛이 어느새 가물가물 멀어지고 있었다. 밤하늘엔 둥근 달이 여전히 밝은 빛을 내고 있었고 별들은 잠든 도시의 깨어 있는 불빛들과 조우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럭키의 요람은 고도를 점점 더 높였다.
“바다로 갈 거야. 넓은 바다로 갈 거야. 푸른 밤을 날아서 파란 바다로 갈 거야.”
배 위에 선 해피가 노래하듯 중얼거렸다. 해피의 흰 돛단배는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 하얀 돛이 새의 날개처럼 펄럭였다.
“높이 더 높이 멀리 더 멀리 자유롭게 날아가자.”
해피의 구호에 호응하듯 돛단배는 산을 넘고 또 넘었다. 나침반은 계속해서 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산은 점점 더 높고 험해졌다. 해피는 마음을 부풀리고 또 부풀렸다. 고도를 높일 때마다 돛단배가 심하게 흔들려서 몇 번이나 추락할 뻔 했지만 그때마다 해피는 고도를 더 높이면서 바다를 향한 투지를 일깨웠고 계속해서 마음을 불어넣었다. 해피의 비행은 아찔하고도 찬란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럭키의 요람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날아갔다. 검푸른 산을 넘고 구불구불한 강을 건너고 넓은 들판을 지났다. 잠든 도시들을 지나 기쁜 마음의 궁전, 허물어진 성 딜쿠샤를 지나자 황량한 사막이 나타났다. 어스름 녘에 만들어진 사막의 무늬는 환상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저기 어딘가에도 오아시스가 숨겨져 있겠지?’ 럭키는 잠시 어린 왕자를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졌고 그러다 혹시나 추락할까봐 얼른 마음을 고쳐먹어야 했다. 럭키는 다시 꿈의 날개에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페르시아 고원까지 아주 먼 길을 가야 하니까.
목이 마르고 숨이 차고 눈이 감기려 했지만 럭키는 계속해서 마음을 부풀렸다. 그리고 마침내 서늘한 고원에 다달았다. 먼 들판에 푸른 데이지가 만발해 있었다.
“오, 페르시아! 마침내 고향에 왔어. 아무 기억도 안 나지만… 아니 조금은 기억이 나.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젖은 내 털을 핥아줬어.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언젠가 눈이 내렸지. 하얀 눈이… 내 털처럼 희디흰 눈이… 계속 내렸어. 밤새도록…”
럭키는 차가운 눈을 처음 밟던 때를 떠올렸다. 신이 나서 뛰어놀다 시린 발을 동동거리자 엄마는 럭키를 품에 꼭 앉고 차가운 발을 덥혀 주었고 젖은 털을 핥아 뽀송뽀송하게 해주었다. 환하게 웃던 엄마의 얼굴이 럭키의 눈 앞에 보이는 듯했다.
“이제 됐어. 난 먼 여행을 떠날 거야. 아주 먼 여행을…”
럭키는 마음속 깊이 품었던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연료를 주입했다. 그리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허물어진 성벽, 흙냄새, 꽃과 풀냄새, 뭔가가 타는 냄새… 온갖 향기들의 오케스트라가 럭키의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그 와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가락 노래소리는 럭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착륙을 준비하던 럭키는 다시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푸른 데이지가 만발한 들판이 점점 얼룩진 수채화처럼 변해갔다.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가는 고향을 내려다보며 럭키는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아듀, 나의 페르시아!”
럭키가 탄 마법의 요람은 푸른 밤을 선회해서 다시 날기 시작했다.
“흠,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코를 벌룸거리며 꿈의 날개에 계속 연료를 주입하던 해피가 눈을 떴다.
“와, 바다다! 저기 바다가 보여!”
해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마침내 바다에 도착했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 해피의 흰 돛단배는 해안선을 따라 저공비행을 하다가 파란 바다 한 가운데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바다는 정말 파랗고 파랗고 또 파랗군! 이렇게 많은 파란 물이 다 어디서 온 거지?”
시원한 바람을 타고 진한 바다내음이 밀려왔다. 파도는 출렁출렁 춤을 추고 있었고 주위를 날던 흰 갈매기들은 끼룩끼룩 반갑다며 환영 인사를 했다. 바닷속에는 다양한 물고기떼가 신나게 헤엄치며 몰려다니고 있었다. ‘이제야 바다의 고양이가 되었어. 난 자유롭고 행복해.’ 해피는 힘차게 돛을 더 높이 올렸다.
바람을 가르며 해피의 돛단배는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는 넓고도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 바다 끝에는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해피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육지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해안선을 보며 해피는 잠시 집과 집사 생각을 했다. 그러자 순항을 하던 배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갈팡질팡하는 해피의 마음처럼 돛단배도 위태롭게 춤을 추었다.
하지만 해피는 해피였다. 그리움이 항해를 방해하려는 순간 마음속에서 ‘노빠꾸’가 튀어나왔다. ‘그래. 바다 끝에는 뭐가 있는지 끝까지 한번 가보는 거야.’ 해피는 날개가 꺾이지 않게 돛을 단단히 붙들고 마음을 계속 부풀렸다.
돌아오는 길은 바람의 저항이 심해서 럭키는 몇 번이나 추락할 뻔했다. 마음을 부풀리느라 몇 배나 더 애를 써야 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꿈꾸는 도시를 지나고 구불구불한 강을 건너고 검푸른 산을 넘었다. 사막의 무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혹시나 했지만 눈을 씻고 봐도 그곳에 어린 왕자는 없었다. ‘그래.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 럭키는 어딘가에서 편히 쉬고 있을 어린 왕자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바람이 너무 거세. 날개에 힘이 자꾸 빠지는 걸.’ 럭키는 다시 바람과 사투를 벌이느라 용을 써야만 했다. 멀리 낯익은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럭키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마음을 부풀리며 착륙을 준비했다.
서서히 고도를 낮춘 럭키의 요람은 다행히도 달빛이 환한 주차장 한켠 제 자리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럭키는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안도했지만 오랜 비행에 지친 탓인지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디선가 럭키의 마음을 어지럽히던 노래소리가 다시 들렸다. 럭키는 힘들게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흰 날개옷을 입은 집사가 주차장 입구에 서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집사가 마중을 와주었어. 아, 이렇게나 운이 좋을 수 있다니!’ 럭키의 젖은 눈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아롱거렸다. 집사는 손을 흔들며 그 너머로 천천히 사라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집사의 구성진 노래소리도 나지막이 들리더니 점점 멀어지면서 사그라들었다.
럭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은 낯빛이 좀 창백해진 듯했지만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고 일찍 마중나온 새벽별이 살짝 윙크를 해주었다. 바람에 벚꽃잎이 날리기 시작했다.
‘하얀 눈이… 아니, 하얀 꽃비가 내리는 건가? 차가워. 몸이 떨려. 그런데 내 눈에선 왜 자꾸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는 걸까.’ 럭키는 달님과 별님에게 힘겹게 한 번 눈인사를 해주고 길게 마지막 한숨을 쉰 뒤 눈을 감았다. 춤을 추던 벚꽃잎 하나가 럭키의 뺨 위에 살포시 내려 앉자 럭키의 입가에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바닷속 깊은 곳엔 또 무엇이 있을까?’ 해피의 호기심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와 함께 헤엄치지 않을래? 우리는 아주 자유롭고 행복해.' 바닷속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떼들이 해피를 유혹했다. 해피는 주저없이 풍덩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소사 소사 맙소사!’ 해피는 마음속으로 계속 그 말만 되뇌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바닷속을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살의 저항없이 몸이 저절로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호흡도 물고기처럼 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물고기떼들이 해피의 주위를 맴돌며 인사를 하고는 우르르 떼를 지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참치와 연어, 새치와 고등어… 해피는 자신이 알고 있는 물고기가 겨우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에 당황했다. 물고기들의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바닷속은 정말 알 수 없는 세계군. 미스터리란 게 바로 이런 것이겠지?’ 바닷속 신비에 도취된 해피가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며 정신줄을 놓으려는 순간 큰 파도가 밀려왔고 해피는 고래등에 떠밀리듯 바다 위로 솟구쳤다 다시 배 위로 떨어졌다. ‘럭키 7’ 자신의 돛단배를 확인한 해피는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잠시 럭키를 생각했다.
망망대해에 돛단배 하나 해피는 혼자였다. 해피는 또 하나의 돛을 펼쳤다. 숨겨진 날개, 감춰진 날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해피의 마음대로 움직였다. 해피는 다른 세계를 향해 더 먼 바다로 나가보기로 했다. 온 세상 바다를 누비는 선원이 된 듯 해피의 마음은 설레고 한껏 부풀어올랐다.
‘해피, 이건 뱃노래야. 한번 들어볼래?’ 반짝이는 물결을 보며 해피는 언젠가 집사가 들려줬던 아름다운 음악을 떠올렸다. 생각나는 멜로디를 흥얼거려 보면서 해피는 돛을 더 높이 올렸다. 해피의 돛단배는 출렁이는 파도와 함께 춤을 추며 멀리 더 깊고 푸른 꿈의 바다로 나아갔다.
“해피, 자니? 코까지 골고… 아주 깊이 잠들었네. 난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려고 하는데 어때? 어떻게 생각해? 제목은 ‘고양이들의 행복백화점’이야. 해피, 난 정말 궁금해, 넌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을지. 해피, 너의 돛단배는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니? 아니면, 너 혹시 달나라까지 날아가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야?”
집사는 컴퓨터 자판에서 손을 떼고 기지개를 크게 한 번 켠 다음 발 아래 요람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어 있는 해피의 이마를 지긋이 누르며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야 해피, 생각해 보니 안 되겠어. 널 혼자 바다로 보낼 수는 없어. 그럼 넌 안 돌아올 지도 모르니까. 우리 함께 떠나는 게 어떨까? 너의 흰 돛단배에 나도 좀 태워주지 않겠니? 함께 모험을 떠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해피? 아니지, 아니야. 아마도 넌 혼자 떠나고 싶어할 테지. 독립심과 모험심이 강한 고양이니까. 그래. 널 자유롭게 떠나게 해줄게. 하지만 해피, 어딜 가든 이거 하나만은 잊지 말아줘. 내가 널 정말 사랑한다는 거 말이야. 오늘 밤 그 얘길 너한테 해주고 싶었어. 해피, 행복하니?”
집사는 곤히 잠든 해피의 머리를 또 한 번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다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창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났다. 노래의 노래소리 같은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들리는가 싶더니 달밤의 결투인지 열정적인 커플의 사랑싸움인지 날카로운 고양이의 이중창도 들렸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고행점도 오픈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직원들은 상품을 진열하고 먼지를 털고 포스기를 켰다.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고행점을 휘감고 있었다. 다름아닌 봄 세일 첫날 특별행사 때문이었다. 백화점 럭키백 이벤트 끝판왕이라고 소문난 행사는 백만 원짜리 럭키백 백 개를 당일 구매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것이었다. 백 명의 행운의 고객은 누가 될 것인가. 집사들은 모두 자신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하고 있었다.
마케팅팀에서는 수요조사를 통해 몰려들 인파를 백만 명까지 예측했으므로 백화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체 안전인력을 대거 늘렸고 지역 경찰에까지 지원요청을 해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백화점도 식후경이라고 꼭대기층 길티플레져홀도 난리가 났다. 세계적인 파티셰 고양미 여사가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스윗 드림’의 파격적인 팝업스토어 때문이었다. ‘스윗 드림’은 새로 런칭하는 고양이 얼굴 모양의 케이크 ‘골든캣’을 백 명의 입장객에게 추첨으로 증정하는 깜짝 선물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런데 백 개 케이크 중 하나 안에는 골든캣의 캐릭터인 순금 고양이를 숨겨 놓았다고 해서 또 다른 서프라이즈를 예고하고 있었다.
저녁엔 캣그라스홀에서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다. ‘꿈을 꾸듯 연주하는 피아노의 마법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유토피아의 리싸이틀. 이날 연주회에서는 쇼팽과 드뷔시의 곡 외에 유토피아의 자작곡 ‘고양이를 위한 판타지 1번’이 초연될 예정이어서 전 세계 음악팬들의 기대와 관심도 최고조에 달했다. 엄선된 vvip 고객 백 명이 이 역사적인 공연의 관객으로 초대되었는데 전 세계에서 몰려든 평론가와 취재진만 해도 백 명이 넘을 정도였다. 특히 이번 연주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스트리밍될 예정이어서 전 세계 집사들의 이목이 고행점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옥상정원의 개방이었다. 개점 이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옥상정원에 특별히 제작된 고양이들의 숨숨집 백 채가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 세계 숨숨집 디자이너 백 명이 출품한 이번 전시의 아트디렉터 블랑쉬는 전시회의 모토를 ‘고양이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판타지 하우스’로 내세웠다.
집은 못 사도 고양이를 위한 숨숨집에는 투자를 하겠다는 스몰 럭셔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파트에 열광하는 부동산 투자붐이 숨숨집으로 옮겨간 것이다. '억억거리는' 아파트는 못 사도 '백만 원의 행복' 숨숨집은 포기할 수 없다는 열혈집사들이 분양 개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의 행복은 우리의 행복
고양이의 기쁨은 우리의 기쁨
여기는 꿈의 나라
고양이들의 행복백화점
개점을 예고하는 고행점의 테마송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무도 밤사이 고양이 두 마리가 왔다간 사실을 알 리 없었다. 현관 보안요원은 어젯밤 비몽사몽간에 시커먼 그림자가 하늘을 나는 걸 본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한들 아무도 믿지도 않겠거니와 괜히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한다고 해고라도 당하면 큰일이니까.
고행점 주변은 새벽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전 10시 드디어 백화점 문이 열렸고 고양이들의 행복을 위한 집사들의 오픈런이 시작되었다.
-연재를 마치며-
제 첫 모험여행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기대와 설레임도 컸습니다. 12회에 걸친 연재를 하면서 함께 하는 독자가 있다는 게 작가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 몸소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여정이 나쁘지 않으셨다면 제겐 너무나 다행이겠고 조금이라도 즐거우셨다면 그런 영광이 따로 없겠습니다. 이 가을 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