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비 Dec 21. 2019

산타할아버지 들통나던 날

잠에서 깬 아이가 뒤뚱뒤뚱 걸어 나와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 안돼! 노오 난나!
어으~~하아버지 이~~~게
엄마 어어아빠~~요~
나나 때나 니이~때~

이~~하아버지~~~~게


아직 말이 서투른 세 살이라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부른다. 신나게 춤까지 춘다.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팔을 뻗었다가 잉잉 우는 시늉도 한다. 대체 무슨 노래일까?

아이가 새로운 단어를 내뱉거나, 놀며 노래를 흥얼거릴 때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그 말을 알아듣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그럴 땐 아이의 행동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감정 상태를 들여다본다.

엄마 배를 토닥이며 ‘엄마가 섬 그으에~~~’하고 노래를 불러줄 때, 토도(포도), 따기(딸기), 깜(감) 같은 단어를 내뱉을 때 점점 넓어지는 아이의 우주에 감동한다. 그렇게 엄마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이 늘어난다. 

아이의 노래는 계속되었다. 이번에도 우는 시늉을 하며 할아버지를 찾는다.

‘할아버지에 관련된 동요가 뭐가 있더라?’
‘왜, 운다는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모르겠다. 아이는 ‘안돼’를 힘주어 부른다. 요즘 자주 말해 발음에 자신 있는 단어이다. 알았다! 다음 소절은 나도 따라 불렀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에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엄마가 함께 부르자 아이의 목청이 더 커진다. 아침부터 귀여움이 폭발한다. 어린이집에서 노랠 배웠나 보다. 의미를 알고 부르는 걸까 싶어 아이에게 물었다.

“율아, 산타할아버지 알아?”
“하아버지?”

“응,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오신대~”
“성무? 장나깜?”

“응응, 그런데, 잉잉 우는 아이는 선물을 안 주신다잖아~”
“진짜?”

“우리 율이는 선물 받을 수 있을까?”
“네!”

갑자기 존댓말까지 하며 영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가 된다.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배시시 웃는 걸 보니 장난감 선물을 받을 생각만 해도 좋은가보다.

태어나서 세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에 드디어 산타할아버지의 존재가 들통났다.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큰일이다. 아이는 생각날 때마다 묻겠지? 할아버지가 선물 가지고 언제 오냐고. 그럼 이렇게 대답해 줘야지.


"율이 울음 뚝 그치면 오셔~~"


아들에게는 기다릴 선물이 생겼고 내겐 울음 달랠 아이템이 하나 더 생겼다. 앞으로 몇 년 간은 울 때마다 크리스마스에 오는 산타할아버지 얘길 하겠지. 

얼른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준비하러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