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비 Dec 20. 2019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오랜만에 아빠와 전화 통화를 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 땐 습관처럼 엄마 번호를 누른다. 엄마랑 대화를 나누다 아빠 안부도 묻는 것이 아빠와의 연락이었다. 그날따라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어 아빠께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아빠, 어디야?”
“정기 검진받으러 병원 왔다-"
“이번에도 괜찮데?”
“어, 괜찮다네~ 그런데 다리가 말썽이다”
“다리가 어떻게 아픈데?”
“운동을 좀 했더니 무리가 갔나 봐”
“운동도 살살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래, 그런데 다리보다 짜증이 나서 문제야”
“몸이 아프면 당연히 짜증도 나지.”
“그러니까 애꿎은 네 엄마만 고생이다”
“쉬면 좋아질 거예요. 좀 쉬세요.”

가끔 안부를 물을 때마다 아픈 곳이 한 두 군데씩 생기는 걸 보며 부모님의 연세를 실감한다. 아빠의 현재 제일 큰 불편함은 짜증이라고 했다. 매일 약을 먹으며 달래는 지병도 아니고, 갑자기 다친 다리도 아닌 마음의 불편함이었다. 이해가 되면서도 얘길 나누다 보니 튀어나온 아빠의 진심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럴 때는 손주 재롱이 명약이라 율이와 영상통화를 했다. 아빠가 웃고, 엄마가 웃으셨다.



마라톤 훈련을 할 때는 1km 정도 워밍업 달리기를 한다. 몸을 풀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이 뛰는 것이다. 함께 뛰는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어도 힘들지 않을 만큼 천천히 달린다. 달리기를 마친 후 본격적인 스트레칭을 한다. 어느 정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이 데워진 후에 관절과 근육이 더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힘을 낼 모드로 바뀌는 것도 이때다. 적당히 근육을 쓰고, 심장을 쓰며 ‘앞으로 전력 질주할 거야’ 라는 신호를 보내 놓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나누는 일종의 페어플레이다. 이렇게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운동 중 부상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추운 겨울일수록 워밍업 달리기와 스트레칭은 중요하다. 이때는 몸만 유연 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도 함께 데워진다. 그동안의 무뎌졌던 숨을 규칙적으로 쉬게 하고, 오늘의 운동을 차분히 시작할 마음의 준비도 된다. 몸도 마음도 충분히 따뜻해져야 운동이 되었다. 그렇게 운동에 집중하고 나면 신기하게 일상의 시름도 어느 정도 털리곤 했다.


전력질주를 하고 싶으면 우선 천천히 달려야 한다.


몸도 다치지 않고, 마음까지 불편해질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아빠께 또 전화를 걸어야겠다. 스트레칭부터 하시라는 딸의 잔소리를 들으시겠지.

날이 더 추워졌다.  모두 몸도, 마음도 스트레칭 하시라.


그리고 넘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기야 가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