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는 대부분 전자책으로 한다. 독서시간이 잠들기 직전과 새벽이라 조명을 켜지 않고서는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어둠 속에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어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눈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종이책이라면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시간에도 읽을 수가 있다. 아이를 재우며 깊은 잠에 빠져들기 직전 몇 분 동안 아이 옆을 지킬 때 손을 뻗어 전자책을 집는다. 낮에 읽다 만 책을 몇 페이지 읽는다. 꿀 같은 시간이다.
전자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을 구매만 하면 바로 책장을 넘겨 읽을 수 있고, 종이책으로 빼곡한 서재를 더는 정리하지 않아도 되니 공간의 부담도 없다.
전자책을 읽는다고 종이책을 전혀 읽지 않는 건 아니다. 천천히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도 읽는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전자책으로 읽더라도 종이책을 사기도 한다. 일종의 컬렉션이다. 책꽂이에 작가별로 책을 구분해서 꽂아두면 바라만 봐도 뿌듯하다. 안 먹어도 마음이 빵빵해지는 느낌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 사람일까? 생각해 보면 사실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는다. 다만 그때의 나의 기분이나 필요에 따라 선택한다. 사실 전자책은 전자책 대로 종이책은 종이책 나름으로 내게 소중하고 꼭 필요한 존재이다. 전자책을 읽으며 책상 한쪽에 쌓아둔 종이책을 보고 있자니 아침에 다녀온 재래시장이 떠오른다.
몇 달 전부터 아파트 길 건너 공터에 오일장이 열린다. 장이 서면 과일가게, 생선가게, 채소, 떡볶이, 뻥튀기까지 시골 장터에서 볼 수 있을법한 갖가지 장수들이 천막을 치고 준비한 물건들을 펼쳐 놓는다.
오일장은 사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카드결제가 되질 않고, 장본 반찬거리들과 과일을 시장바구니 가득 직접 들고 와야 한다. 소량 포장도 되어있는 게 아니라서 채소를 사도 몇 번을 먹을 만큼 사야 할 때도 많고.
대부분의 장보기는 나 역시 대형마트에서 해결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한 제품을 시간 맞춰 우리 집 현관까지 배달해주니 그런 편리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얼마 전부터 근처에 생긴 초대형 마트 영향으로 집 앞 오일장은 그나마 북적이던 손님이 반도 안되게 줄었다고 했다.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함에도 오일장에 가는 이유는 따뜻한 음식들 때문이다. 어제저녁 직접 볶아 가져온 땅콩과 동그란 기계에서 펑펑 튀겨져 나오는 뻥튀기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옥수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라졌다는 인심도 조금은 남아있다. 직접 만든 음식과 직접 손질한 채소를 파는 상인들의 자부심과 고마움 같은 것들이 건네는 인사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뜻한 먹을거리를 잔뜩 사들고 와서 식탁 위에 펼쳐 놓으면 책장을 바라볼 때의 뿌듯함 비슷한 것이 몰려온다. 종이책의 바스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도, 오일장의 먹거리들도 어쩌면 마음의 온도를 올리는 연료인 것 같다. 이 겨울에 꼭 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