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잠이 드려는지 아이는 한참 이불 위를 굴러다니는 중이었다. 데구르 굴러와 나의 팔을 베고 눕는다. 몸을 돌리며 작게 속삭인다.
“엄마 미아내에~~”
참새 같은 입에서 조용히 톡 튀어나온 말이다.
“응? 율이 뭐가 미안해?”
“아야아야 해서 미아내에~~”
가슴이 철렁 떨어져 내린다. 저녁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다쳐 온 손가락에 밴드를 새로 붙여주려던 참이었다. 아이는 아픈 손가락을 만지는 게 무서워 아프다고 떼를 썼다. 눈물 바람 하며 손을 잡아 빼는 통에 더러워진 반창고를 떼내기가 쉽지 않았다.
“율아, 가만히 좀 있어 봐~ 안 아프게 해 줄게~”
“싫어 아야 아야 해~~~~ 으앙~~~~”
“너 자꾸 움직이면 엄마가 힘들잖아~”
“싫어~~~~~~”
“새 반창고를 붙여야 아야 안 해~”
“싫어~~~~~~”
"율아, 제발~ 엄마 좀 도와줘~"
"싫어~~~~~"
“그럼 왜 다쳐와! 엄마도 속상해!”
실랑이를 벌이다 억지로 아이의 손을 붙들고 반창고를 갈아주었다. 엄마가 자신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나 보다. 아이가 행복한 감정보다 아픈 감정을 드러낼 때는 나를 백번 천 번 돌아본다. 아이에게 아픔을 준 건 엄마인 내 탓인 것만 같다. 험란한 순간들이 이 어린아이 앞에 벌써부터 들이닥치는 건 무자비하다 싶다.
엄마가 미안해.
안타까운 마음을 화로 표현할 줄 밖에 모르는 부족한 나를 돌아본다. 평정심이 무너지며 새로운 감정을 꺼내야 하는 순간에 맞닥뜨릴 때 제대로 꺼낼 수 있어야 할텐데... 안타까운 마음은 걱정으로. 분노의 순간은 화로. 손가락이 아프고 아픔이 무서웠던 아이에게는 걱정과 사랑이 맞았다.
토실토실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