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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Dec 28. 2019

엄마, 미안해 2


TV에서 2019년의 키워드를 주제로 토크쇼를 하고 있었다. 올해 이슈가 되었던  80년생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무대에 올랐다. 방청객 패널이 키워드에 대해 쓴 메시지를 하나씩 읽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사회자가 메시지 하나를 꺼낸다.

“엄마 미안해”

메시지를 적은 패널은 삼십 대 중반의 여자다. 직장을 계속 다니며 커리어를 쌓기 위해 친정 엄마께 아이 양육을 맡겼다고 했다. 젊은 날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한 부모님께 자신의 자식까지 맡기니 고생시켜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며 내 일에 대한 고민도 했기에 여자의 마음을 알고도 남을 것 같았다.


복직이냐?  전업 주부냐?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이다. 아빠보다는 엄마가 주 양육자인 가정이 많으니 여성들의 고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선택은 나처럼 직장 생활을 접고 육아에 전념하게 하고, 누군가는 일하는 동안 육아 공백을 메워줄 이를 찾기도 한다.


어떤 선택도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방식이 다를 뿐. 부모님께 자신의 자식까지 맡긴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제력이 줄어든 경우 역시 그렇다. 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자신에게도 쉽지 않은 이 기간을 미안함보다는 보람으로 채울 용기가 필요하겠지.


여자는 담담히 자신의 사연을 말했지만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19년에 82년생 김지영의 삶이 화두가 되었다고  2020년에 김지영 씨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쉽지 않다. 그녀의 미안함이 내년에도 쉬이 가시지 않으리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년에는 친정엄마에게 미안하단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할 수 있을 만큼 여자의 마음과 상황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친정엄마 또한 자식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을 행복하게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


육아 때문이 아니라도 딸은 엄마에게 늘 미안하다.

나부터 수많은 미안함들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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