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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Dec 29. 2019

아이의 겨울방학


아이의 어린이집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잠이 깨 몸을 일으키며 실감했다. 오늘부터는 시간 맞춰 씻기고, 옷 입히고, 얼른 먹으라고 재촉해서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방학이니 늦잠을 실컷 자도 좋겠다.

아이는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잠이 깼다. 아이에 맞춰진 나의 시간도 평소와 다름없다. 흐트러지고 싶었던 마음을 얼른 추슬렀다. 평소처럼 잠에서 덜 깬 아이를 안아주고,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눠 마시고, 과일을 먹는다. TV를 조금 보고,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함께 논다. 평소와 다른 건 이후로도 쭉 집에 머문다는 것이다. 아직 오전이 지나기에도 한참 남았다.

'겨울방학 계획이라도 세워둘 걸.'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면 아이는 따분하고, 나는 지칠 것만 같다. 엄마들이 월요일과 개학을 기다린다더니 왜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아무 계획이 없다고 순서인 것 마냥 무기력해져서는 안 된다.


'너에게 행복한 시간이 엄마에게 고달파서는 안되지.'


따뜻한 내복을 입히고 겨울 점퍼와 모자, 장갑까지 중무장해서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서면 무슨 일이든 신나는 게 하나쯤은 생기니까. 아이와 손 잡고 주말 세일 중인 반찬가게에 가서 먹을거리를 잔뜩 샀다. 과일 가게에도 들러 아이에게 먹고 싶은 과일을 고르라고 했다. 알고 있는 모든 과일 이름을 다 말한다. 따기, 토도, 빠나나, 사과, 규우.... 딸기를 사서 아이 손 잡고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따끈한 어묵 꼬치도 하나씩 사서 손에 들고 먹으며 걸었다.

문 밖은 무척 추울 것만 같았는데 따뜻했다. 늘 꿈에 그리던 그림이었다. 고물고물 꼼지락 거리던 아기였는데 엄마 옆에 서서 혼자 걷기도, 뛰기도 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꽁꽁 싸매고 나온 옷차림이 무색하게 겨울 볕이 쏟아졌다.

"율아, 오늘부터 방학이네~ 재밌게 보내자."
"응~!"

둘이서 처음으로 미술관도 가고, 도서관도 가야지. 좋아하는 전철도 타봐야지. 타요 버스도 타야지.

따뜻한 볕 아래 걸으니 계획이 뭉개 뭉개 피어난다.

할 일이 많아서인지 나도 덩달아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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