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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Dec 31. 2019

2020년 받고 싶은 상은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연말 시상식이 한창이다.  어릴 때는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가 엄청났다. 방송사가 딱 네 개 있던 시절 얘기다. 올해의 드라마, 개그 쇼 프로그램을 줄줄이 꾀고 있었던지라 어떤 프로그램의 누가 대상을 받을지 미리 점쳐보기도 하며 시상식을 기다렸다.  


연기대상, 코미디대상, 가요대상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리모컨이 열일을 하며 채널을 돌렸다. 대발이 엄마가, 허준이, 장금이가 대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손뼉 치고, 수상소감을 새겨듣곤 했다. 가요대상의 계보도 만만치 않았다. 신승훈, 서태지, HOT까지 우리 오빠들이 해마다 줄줄이 상 받는 것을 TV로 보며 연말의 헛헛함을 달랬다.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와 집중도는 예전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에 가깝다. 이제는 손꼽아 시상식 날을 기다리지 않고 상을 받은 사람들이 온라인 기사에 보도되면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정도이다.

그렇게 흘려 보듯이 기사를 보던 중 의외의 수상자 두 명을 발견했다. 유산슬과 심영순 선생님 말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 흥을 주체 못 하는 국민 MC가 트로트 가수로 깜짝 변신해 연일 우리를 들썩거리게 했다. 깐깐하며 고집스러워 보였던 요리 연구가가 그 캐릭터와 함께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놀라운 것은 한 사람은 데뷔 30년이 가까운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방송인이며,  한 분은 연세가 여든 살이 넘은 요리 연구가라는 사실이다. 그런 분들에게 신인상이라니.  방송사가 참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도전에 나이나, 명예나, 타이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해! 


방송사가 이런 희망을 심어주니 나 같은 TV 덕후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동할 수밖에. 


아무에게나 주는 상 아니란 걸 알지만 나도 2020년에는 신인상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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