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되찾았던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날 엄마는 어린 나에게 소주 심부름을 시켜야 할 만큼 무너졌었고 다음날이 되자 평소 이상으로 명랑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특별한 요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닌 서른두 살의 그녀가 찾은 보람이었다. 결혼한 지 10년 만에 자신을 다시 찾은 엄마를 떠올린 날 나도 한 가지 다짐을 했었다.
‘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
애 엄마이며 경단녀인 내가 오늘이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글 쓰기를 만만하게 본 건 아니다. 글 좀 쓴다는 칭찬은 어린날의 이야기였다. 나의 글쓰기는 몇 년간 후퇴할 대로 후퇴해 있었다. 잘 쓰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잘 쓰고 싶었지만 부족한 실력에 늘 버거웠다.
돈을 벌어다 주는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취미가 아닌 전문적인 글쓰기다 생각하니 책임감에 키보드를 누르기 두려운 날도 있었다.
주부는 하는 일이 티 나지 않아서 그렇지 늘 바쁘다. 글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삼시 세끼 밥 차리고, 저녁이 되면 지쳐 쓰러져 자야 했다. 스스로 작가임을 선언한 사람이 글 한 줄 쓰지 않는 날도 있었다. 직장인처럼 성실하지도 않으면서 직장 다닐 때의 나처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과한 욕심이다.
만들고 있던 브런치 북을 마무리 해 놓은 다음날이었다. 나는 도전을 시작했다. 작심삼일이 될까 두려웠지만 어제까지 1주일 동안 매일 글을 써서 브런치로 발행했다. 도전한다는 선언조차 하지 않은 건 겁이 났기 때문이다. 1주일을 해보니 나를 좀 더 믿어보자는 마음이 생긴다.
목표는 백일이다. 백 개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동안 이야기 찾는 실력이 쌓일 거란 기대를 한다. 백일 동안의 성실함이 오늘보다 조금 나은 작가로 변화시키리라 믿는다. 아무것도 늘지 않아도 괜찮다. 성실한 나를 되찾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 되고, 오십일이 되고 마침내 백일이 되는 날 인증 소감을 써서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율이의 엄마인 동시에 김영하, 무라카미 하루키, 로맹 가리와 선후배 사이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