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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Nov 10. 2019

아이가 보는 엄마의 표정

율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이는 좁은 방이 갑갑한지 자꾸만 밖으로 나가자고 칭얼댔다. 한 손에는 링거대를 한 손에는 율이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걸었다. 맞은편에 율이 또래의 남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걸어왔다. 얼굴이 동그랗고 뽀얀 귀여운 아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달 모양으로 눈웃음을 짓는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저 눈웃음.'


지나치려는데 갑자기 율이가 '워니, 워니'라며 아이를 가리킨다. 규원이다. 그래 율이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 규원이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어서 얼른 알아보지 못했는데 저 반달 눈웃음은 규원이가 맞았다. 선생님이 매일 보내주시는 알림장 속에는 율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담긴 사진들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속 규원이는 늘 반달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아이가 참 밝네.'


사진을 볼 때마다 아이의 엄마가 궁금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병원 복도에서 마주쳤다. 규원이와 똑같은 반달 눈웃음을 가진 내 또래의 여자가 엄마였다. 우리는 반색하며 안부를 물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얼굴 한번 마주친 적 없었는데 처음 만난 곳이 병원 복도라니 말 안 해도 서로의 입장을 너무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규원이는 입원한 지 벌써 오일 째라고 했다. 율이는 이틀 째였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도 지치는 곳이 병원이었다. 어린이 병동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아이도 엄마도 오일이나 병원에 있었다니 얼마나 힘이 들까 싶었다.


복도 한쪽에서 아이들이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엄마들도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두 돌이 막 지난 아이들의 아픈 이력부터 어린이집 생활, 엄마들의 일거리에 대한 얘기까지 대화의 소재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규원이 엄마는 입원 생활이 힘들다 말하는 동안에도 눈 만은 웃고 있었다. 직장을 구하려고 내년에는 아이를 더 오래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며 한숨 쉬는 동안에도, 아이가 떼가 늘고 고집이 세졌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늘 웃는 얼굴의 엄마를 보는 규원이는 좋겠다.'


규원이와 같은 나이의 우리 율이도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린다. 장난치다 넘어지기도 하고, 위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잠시도 눈 뗄 틈 없는 육아는 나도 힘이 들었다. 하루 자고 일어났는데 입원생활은 벌써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미간이 찌푸려졌던 나를 떠올렸다.


'율이도 잘 웃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규원이 엄마와 헤어져 병실로 들어오며 생각했다. 우리 율이가 보는 엄마 얼굴이 좀 더 밝아져야겠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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