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한 끼
목요일 차 바퀴가 비닐봉지를 밟고 지나가자 비둘기 수십 마리가 바람에 쫓긴 구름처럼 쏟아져올랐다
목요일은 뿌연 날인가. 뿌연 날이 목요일인가. 3층에 사는 개가 짖는다. 무거운 물건 든 아줌마가 바삐 지나갔다. 아빠의 두 손을 잡고 노란 가방 맨 딸래미들이 느릿느릿 집에 간다
두 비둘기가 떠나간 무리를 따라 뒤늦게 뛰어올랐다. 몇 달 전 새로 날아온 까치들이 들이닥친 정원에 몇 년 전 새로 들어온 텃새 새끼들이 비명 지른다
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지 않다. 어제는 피곤한 하루였어. 오늘은 가장 편안한 목요일이 되자. 내일은 기말시험, 수업준비도 해방. 밥을 마실까, 맥주를 끓일까. 라면을 깔까, 소주를 구울까
비가 세찬 수요일을 보내고 아직도 뿌연 목요일, 누군가 나를 콕 찌르고 지나갔다. 당신이 나를 콕 찌르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