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
어두워야 별이 보인다
눈을 감아 어둠에 머무른 후에야
비로소 별이 보였다
어제의 비가 지나간 하늘에 분명
억만 개의 별이 떴을 것인데
내 눈은 별에 까막눈이었다
밝은 눈을 감아 어둠의 눈을 뜨고
떠오른 밤 하늘에는 억만 개의 별이
몇십 광년의 우주를 건너
반짝인다
내 삶은 광년은커녕 수십 초에 불과한
어둠을 지났을 뿐인데 사람이 닿을 수 없을
먼 시간을 건너 별이 다가와 눈짓을 한다니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이다
나는 운명에 까막눈이라
내일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일 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왜 별은 억만 개의 눈짓으로
다가오는가
불안하고 불안해야 하는 운명이
오늘 밤은 편안하고 편안하다
까막눈이라 좋을 때도 있어
이런 운명이라면 내일을 몰라도 좋겠어
누가 아니라겠어. 삶이란,
내일이란 이렇게나 까막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