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뒷자리

듣는 일

by 수요일


귀는 거미눈처럼
머리 위에 달려있다

머리 뒤 두 노인은
조곤조곤 서로에게만 들리게
이야기를 나눈다.

KTX산천.
어떤 연유인지 노부부는
좌석을 못 끊고 입석을 끊었는데
기차 끝자리에 내가 앉은 이유로
내 의자 뒤 빈 자리에 나란히 서서 간다.

그들이 자리 잡은 빈자리는
내가 의자를 젖혀 누울 자리.
난 내 의자가 눕혀있나싶어 등을 세우고
의자의 버튼을 찾아 부지런히 누른다.

양보를 해야 하나?
평생 지하철에서는 앉지를 않고
앉아도 남처럼 눈 감아 잠든 적이 없을 만큼
양보의 강박이 있는 나조차도
양보를 해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건 지하철이 아니라고.

비닐봉투에서 사탕을 꺼내는 빠스락 소리,
사탕을 입에 넣고 돌돌돌 빨아먹는 소리.
콧물을 슴슴 들이마시는 소리.
대화 소리보다 이런 소리들이
앉아있는 머리 꼭대기에서 꼬물거린다.

내 귀는 머리 옆에 달려서
머리 위에도 기능한다.
기능하다가 그냥 지친다.

이보시오. 그러지 말아요.
거기 서있는 건 민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