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라고 함부로 앉지마라
의자
팔뚝 안쪽 살을 밀어 봉긋하게 올라온 만큼, 그 말랑한 만큼의 쿠션감이 좋다. 의자가 당신에게 걸어갈 수 없으니 마땅히 당신이 의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의자 바닥은 이전에 누가 앉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과연 깨끗할까를 가늠할 방법은 그저 눈으로 살피는 일뿐이다. 내 엉덩이를 찌를 것은 없는지 더러운 무엇이 바지를 물들이지는 않을지 그 표피 깊숙한 곳에 어떤 것이 파고 들었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미지의 생물이 숨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의자를 대함에 과민함이란 게 존재할까. 다른 누군가가 의자에 앉기 전에 취하는 이런 예비 동작을 예민하거나 까탈스럽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의자에게는 조금 미안할 수 있으나 나 자신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라서 나는 늘 모르는 의자에 앉을 때면 온몸의 신경이 엉덩이로 향하는 것이다. 모르는 의자는 언제나 위협적이다. 그러하니 그 의자를 택할 때는 마땅히 삼가고 조심하여 취할 것이며 더구나 남의 의자를 대할 때는 특히 가까이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힘들다 하여 아무 의자에 앉지 말고 아쉽다 하여 아무 의자에게나 함부로 들이대지 마라. 내가 앉아서는 안 될 의자를 안다는 것은 배려를 넘어선 도덕율이다. 차라리 아무 바닥에 그냥 주저앉아라. 바지야 빨면 그만이고 차라리 그 바지엉덩이를 아무렇게나 풀어놓는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을 나의 의자로 삼는 것이니 얼마나 기막힌 방법이냐.
다른 이의 집에 가서 함부로 그 침대에 앉아서는 안 된다. 최소한 그와 침대 사이엔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디에 대고 누가 앉았을지도 모를 바지엉덩이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나 위태로운 일이다. 앉아야 한다면 당신의 셔츠 팔을 빼고 셔츠를 엉덩이까지 내려 엉덩이를 정중하게 가리고 앉아라. 그 덕에 그 사람은 더 건강한 밤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무릇 의자만 조심해도 무탈한 몸과 마음과 정신을 조금은 더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