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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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잎이 물위에 내려도 동그랗게 파문이 인다. 작은 기억이라도 그리움 위에 내리면 파문이 이는 까닭이다. 기억의 꽃잎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새벽,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지난 봄의 그리움.
꺄아악!
쉿!
아 놀래라. 뭐예요? 여긴,
잠깐만 나좀 숨겨줘. 걸리면 죽일 거야.
날 죽인다고요?
아니, 널 왜 죽여? 내가 죽을 거라고. 알았지?
달칵
남자가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꽃비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고 손을 씻으려고 물을 틀었다.
꺅!
또 남자다. 대머리에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여자화장실을 기웃거렸다.
뭐하는 거예요? 빨리 안 나가면 소리 지를 거예요!
대머리가 안을 들여다보다가 꽃비를 발견했다. 입에 손가락을 대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를 주머니 채로 들어올렸다.
쉿! 얌전히 있으면 해치지 않는다.
대머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칸칸을 조사했다. 마지막 잠긴 칸에서 문이 안 열리자 문을 쾅쾅 두드렸다.
여기 있는 거 안다. 셋을 셀 때까지 안 나오면 문을 부수겠다. 하나 둘 셋!
대머리가 문을 걷어찼다. 한 번에 안 부서진다. 몇 번이나 걷어차다가 마지막에 몸으로 세게 부딪쳤다. 걸쇠 뭉치가 부서지며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꽃비가 이 순간 비명을 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안을 들여다본 대머리가 흥! 콧방귀를 끼고 화장실을 나갔다. 꽃비가 안을 들여다 보니 창문이 열려있었다. 넓은 편이 아닌데 어떻게 나갔을까? 두 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손을 씻었다.
갔지?
꺅!
쉿! 소리 좀 지르지 마라. 또 올라.
남자가 옆 칸에서 나왔다.
어 어떻게?
칸의 위쪽은 뚫려있었지만 그렇게 빨리 움직일 만한 공간이 아닌데.
무슨 일이야?
구멍이가 화장실로 뛰어들어왔다. 남자는 어느새 다시 숨었다.
나도 몰라. 웬 남자가. 어으으으,
꽃비가 떨며 구멍이에게 안겼다. 부서진 칸의 화장실 문이 반쯤 떨어져 덜렁거렸다. 구멍이 그걸 보고 나름 추리를 했다.
변태자식이 숨어있다가 덮치려고 했구나? 안 되니까 도망쳤지?
꽃비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 놀래라. 이건 내가 보고할 테니까 넌 얼른 촬영하는 데 가봐. 감독이 너 왜 안 오냐고 막 짜증내고 난리야. 성질 진짜 더럽더라.
헐, 어째. 난 그냥.
어서 가봐. 여긴 내가 정리할게.
아냐. 근영아 같이 가줘. 응?
알았어. 얼른 가자.
꽃비와 구멍이가 화장실을 나가고 잠시 후 남자가 숨었던 칸에서 나와 밖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