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노점상
기가 질리게 사랑을 떠나보내고도
나는 뻔뻔하게 사랑을 기록하였다.
기억하지 않고 기록하는 이유는
자막 듬뿍 토핑을 얹은 예능처럼
내 사랑이 우스꽝스럽지 않길
바라서이지만.
나는 누군가의 글을 볼 때마다
이루지 못한 그 사랑을 질투하였다.
하고 싶지 않은 사랑을 질투한 건 왤까.
그처럼, 모든 순간에 사랑이 있었나.
그처럼, 이토록 늦은 시간에 사랑이 있는가.
나는 질리게도 사랑을 실패했지만
질리게도 그 사랑이 좋아서
삶의 모든 촉감에 간직하였으나
실패한 사랑을 쓴다는 건 상업이지.
난 지난 사랑을 파는 노점상.
내가 파는 사랑은 웃기다.
나는 지나가버린 그대가 다녀가는 것을
분명 아파했음에도 그립다 적었다.
나는 지나간 그대가 찾아오는 이 시간이
무척 싫은데 좋다 하였다.
사랑은 왜 그대로인가
내가 떠올리는 그대는
1분도 나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 곁에 있는 건 내가 아니다.
그대가 웃는 건 나때문이 아니다.
하물며 그대를 울게 하는 건
나로 인하지 아니하다.
멀어도 가깝고 가까워도 멀어.
느껴도 늘 모자라는 걸.
부족한 만큼 스스로 채워지고
채워진 만큼 스스로 부족해지고
날마다 하루는 다른데,
길은 발자국 만큼 주저앉을 테고
나무는 나이테 만큼 자랄 텐데
어떤 날은 어깨가 흠뻑 젖은 비,
어떤 날은 겨드랑이가 터질 만큼 더웠어.
어떤 날은 손가락이 들러붙게 추웠고.
그 날마다들은 다 다른데
사랑은 왜, 그대로인가.
소름 돋게 뜨거운 어떤 날
꿈인듯, 그대가 다녀간다.
기억에 묻힌 행복이 되살아나고
기억에 죽은 그리움이
겨울 입김처럼 새어나는 어떤 날,
나는 오늘 같이 뜨거운 날,
그대가 떠오르는 게 서늘해서
기쁘고 두렵다.
우습게도 사랑은 이렇게,
문제에 답이 있다.
난 그 문제를 풀지도 아니하고
누구도 사지 않을 답을 파는 어리숙
사랑노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