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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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영이를 따라 한국카페로 갔다. 그의 분신 같은 가영이를 데려가고 싶었다. 가영이와 딸아이는 벌써 친해져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그와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카페였다. 가영이가 한국카페 아저씨 손을 잡고 나왔다. 커피가 나오고 한국카페사장이 앞자리에 앉았다.
가영이를 데려가고 싶다구요?
네,
가영인,
이렇게 혼자, 물론 사장님이 돌봐주고는 계시지만 그래도 혼자 있게 하는 것보다는 제가 한국에 데려가서 같이 생활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그건 가영이 생각도 중요하고 또 그 이야기는 저랑 이야기할 게 아니라,
가영이와는 제가 이야기를 충분히 하도록 할게요.
내가 저쪽에서 딸아이와 놀고 있는 가영이를 보며 이야기할 때 누군가 카페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가영이가 아빠~ 라고 부르며 그 남자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남자는 가영이를 꼭 끌어안아주고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나를 보았다. 그리곤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을 하지 않았다.
어?
나 또한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어? 라는 말만 반복했다. 카페사장이 그런 나를 보다가 시선을 따라가서 그 남자를 보곤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 이야기는 제가 아니라 저 친구와 하셔야 돼요. 저 친구가 지금 가영이 아빠거든요.
가영이가... 아빠는 돌아가셨다고 했는데요. 어찌 된 걸까요.
가영이 아빠는 작년에 말라리아로 죽었어요. 엄마는 가영이를 낳다가 죽었고. 그런 가영이를 저 친구가 거둬서 보호하고 있는 거지요. 가영이 아빠와는 무척 친한 친구 사이였으니까요. 지금 가이드 하나 마치고 돌아오는 걸 거예요.
그가 다가왔다. 가영이가 따라오자 가영이 목에 걸려있던 줄을 빼내서 반지를 풀어냈다. 그리곤 작은 반지를 손에 들고 기다렸다. 나는 손을 들어 그 앞에 댔다. 그가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웠다. 반지에 다시 피가 돌고 온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내 심장으로 그 피가 들어왔다가 온몸으로 돌아나갔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나는 나머지 반지 하나를 그로부터 받았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에 반지를 끼웠다. 반지가 생명을 되찾아 빛나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어요. 갠지스로 돌아간 줄
지금 막 갠지스에서 돌아왔어요. 하하.
아... 그럼 가영이가 갠지스를 가리킨 건 거기서 일하는 중이란 거였구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참 다행이다.
기다렸어요. 그냥 막연했는데 이상하게도 당연하게 꼭 돌아올 것 같아서.
돌아올 거라는 걸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내가 약속했으니까.
맞아요. 당연히 알았어요.
그가 다가와 키스를 했다. 난 언제나처럼 눈이 감겼다. 그의 숨결이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입술이 열렸다. 그의 따뜻함을 온몸 가득 느끼고 싶었다. 내 욕심을 다 채우고 그에겐 무리한 기다림과 그리움만 가득 채운 채 보내게 했던 시간들이 안개가 사라지듯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미안해요, 그동안의 무리한 강요...
알긴 알아요?
네 미안해요.
그 말뿐이에요? 십년 만의 만남인데.
사랑했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나도요. 나도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겁니다. 언제까지나,
네, 나도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고 나중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가 내 이마에 키스했다.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가영이와 딸아이가 나란히 서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