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그램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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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신 거 아니에요? 거기서 그 달달한 커피만 드시네요. 제가 가이드 해드릴까요?

아... 인연인 걸까. 나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고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보며 가지런히 웃고 있었다. 나는 환상이라도 보인 것처럼 그 모습에서 그를 떠올렸다. 호텔 직원이 아이를 보고 다가오는 걸 손을 들어 말렸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너는 누구니?
난 가영이에요.
가영이?
네, 나 가영.

마음 한구석에서 기쁨과 서운함 같은 감정이 한꺼번에 솟아올라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물방울이 톡 흘러 떨어졌다. 딸아이가 엄마 왜 그래? 라는 뜻으로 옆으로 다가와 바라보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엄마 때문에 조숙한 딸이 되었다.

엄마가 잠깐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래.

새삼 가영이라는 아이의 모습을 살펴보다가 목에 걸린 줄을 발견했다. 크고 작은 두 개의 링이 달린 목걸이.

내가 잠깐 그 목걸이 좀 봐도 되니?

가영이가 잠시 나를 보다가 목걸이를 빼서 건네주었다.

목걸이에 걸린 큰 반지 안쪽을 보았다. 깨알 같은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작은 반지도. 나는 반지를 얼굴에 대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반지의 주인이?
우리 아빠요?
아빠?
네 아빠 거였어요.
아빠 거...였...다고?
네, 이젠 제 거예요.
아빠...는 그럼?
음, 아빠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현기증이 났다. 무릎에 있던 딸아이가 흔들리는 나를 잡고 괜찮냐고 말했다.

그럼, 엄만 괜찮아.

딸아이가 가영이를 보다가 나를 보다가 하며 걱정했다. 나는 그가 누운 자리 그가 떠난 자리라도 봐야 할 것 같은 그리움이 일었다.

아빠는 어디에?

가영이가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지는 석양에 금빛으로 빛나는 갠지스가 흐르고 있었다. 그곳의 어느 가트에서 타올라 재가 되었나.

가영이 엄마는?
엄마는 아빠보다 훨씬 먼저 돌아가셨어요. 저를 낳다가... 그래서 아빠가 키우셨다고 카페아저씨가 그랬어요.
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이름은 그럼 아빠가 지었겠네. 이름이 참 예쁘구나.
네, 아빠가 지어준 이름인데 다 예쁘다고 해요.

가영이가 또 가지런히 웃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아이는 그의 흔적이 되어 그 대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또한 인연이리라.

지금은 그럼 어디서 사니?
카페아저씨네랑 살아요.
그래.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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