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그램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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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얼마 후 그와 결혼 했다. 그리고 그와의 사이에 딸을 낳았다. 사랑을 내게 전해준 가이드와는 그 뒤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십 년의 시간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육백 억 대의 건물은 쉽게 매각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사백 구십억에 매각할 수 있었다. 부동산 버블이 무너진 결과로 큰 손해를 보았지만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에 손해라는 느낌보다는 매각을 해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 돈의 아주 작은 일부로 작은 건물을 매입해 사무실로 꾸미고 나머지는 모두 기금으로 적립했다.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기금, 심장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한 기금에서 많은 아이들이 정당한 심사를 거쳐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난 아직도 외국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월 삼만 원의 기부금을 내는 것에 그치고 있다. 내 아이들이 행복한 게 먼저라는 건 나의 이기주의이지만 그것에 대해 후회 같은 건 없다.

우변아저씨, 어떻게 되었나요?
아가씨 고집을 누가 말려요. 재산분할 없이 양육권도 받아왔어요.
그럼 재판 없이 가는 건가요?
그래요. 합의했어요.

내가 얼마 만에 그렇게 웃었을까. 가지런한 웃음을 보이자 우변아저씨가 헛웃음을 보였다.

헐, 하여튼 대단한 분이셨던 아버지도 포기한 아가씨를 누가 말려요.

그랬으면 하며 시도한 무모한 도전이었는데 받아들여졌다. 이제 난 큰 부자는 아니다. 거의 모든 재산은 한 부모 사랑 재단과 1그램 어린이 심장 재단에 들어가 있었다. 분할하고 말고가 없었으니.

어느새 사십 대가 훌쩍 넘은 나이가 되었다. 십년 동안 잠가두었던 기억을 꺼냈다. 내 심장에 각인되었던 약속. 영원할 거라고 했지만 그건 사실 너무 일방적인 제안이었고 부당한 요구였다. 내 일생에 유일했던 사랑, 그 사랑을 지금의 나는 딸에게 바치고 있다. 내 곁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좋아하는 내 딸. 난 그의 이름을 모른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알아보자면 얼마든지 알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인연이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니까. 한 번 맺어진 인연이라면 두 번도 이어질 거라고, 답답하게 보일지 모르는 고리타분한 우연만 고집하는 게 나 다운 거니까.

바라나시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발전이 없는 것인가, 옛 시간이 고여 그대로 머무른 곳인가. 나는 연유가 듬뿍 든 믹스 같은 얼음 커피를 스트로로 빨아 마시며 모처럼의 홀가분한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물론 십년 전과 다르게 내 딸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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