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02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_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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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디 갔다가 이제... 시간이 많은 줄 아나... 헤어 어딨어? 정신들 안 차려? 의상 뭐해?

꽃비가 나타나자 감독이 스태프들을 닦달했다. 감독의 버럭질에 질려있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명을 체크하던 감독이 달려가서 조명 기구를 조정했다.

카메라? 빈 데 카바 되냐?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됐습니다.

감독이 세트 세팅을 마치는 동안 꽃비도 준비가 끝났다. 엉뚱한 일로 5분 정도 늦었다고 난리라 억울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찬수가 프로덕션 미팅을 마치고 나와 꽃비가 모델이 됐다고 전했다. 찬수는 냉가의 대표 주방장이다. 함흥 평양 등 전통냉면집과 다르게 냉가는 독특하고 기발한 메뉴를 개발하여 그 메뉴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딱 그때를 놓치면 평생 맛볼 수 없는 점을 내세웠는데 먹혔다. 스마트폰에 신메뉴 알림앱을 깔아두고 먹으러 오는 매니아가 생겼을 만큼 냉가의 위치는 단단해졌다. 그 핵심에 찬수가 있었다. 그는 냉가의 성공을 이뤄낸 뿌리이기도 했다. 성공을 바탕으로 가맹점 모집을 위한 지원 광고를 진행하기로 했고 그걸 찍는 중이다. 꽃비가 카메라 앞에 나타나서 멘트를 시작했다.

냉면이 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냉가로 오세요.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냉가
맛을 봐야 맛을 압니다.

꽃비가 긴장 돼서 잘 안 외워지던 멘트를 단숨에 읊었다. 내심 역시 나는 현장에 강하다고 잘했다고 뿌듯해 할 때 감독이 다가왔다.

저기요, 읽지 마시고 광고 보는 사람들이 먹어보고 싶게금, 고객이 지금 테레비 너머로 보고 있어요. 저 사람들의 귀에 대고! 직접! 말하세요! 오케이?

아, 아 네 말! 말해라! 네.

말하라고? 구멍이에게 말하듯이? 대장(대표주방장)님에게 말하듯이?

꽃비가 속으로 헷갈렸지만 감독이 무서워서 못 물어봤다. 감독이 다시 레디~ 액숀!을 외친다. 배경음악이 깔리고 모두들 꽃비의 입에 집중했다. 일 초도 안 되는 순간이 억만 년처럼 스치고 머릿속에서 말해라 말해라를 되뇌었던 꽃비 입에서 멘트가 불쑥 튀어나온다.

냉면 무슨 맛으로 먹어요?
식초맛 겨자맛이요?
에이~ 냉면 맛으로 먹어야죠
냉면가,왕! 냉가!
눈을 감고 냉면의 재료를 맞춰보세요.

맛 없으면 반품! 맛 있으니 명품!
냉면을 부탁해~ 냉가.

와르르르 내던진 꽃비의 멘트가 끝났다. 꽃비가 숨을 정리하고 감독을 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꽃비가 다시 감독을 보았다. 감독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뭐가 잘못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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