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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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줘 꽃비야 밥 줘 꽃비야. 밥 줘 꽃비야. 밥 줘.
아 그만 좀 해. 하여간 집에 데려갈 생각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
대답이 없어서 뒤를 돌아보니 밥 줘를 반복하며 뒤를 졸졸 따라오던 꽃사슴이 사라졌다.
어? 뭐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앞에서 대머리에 선그라스를 쓴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꽃비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꽃사슴과 대머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보다. 꼭 세트로 만난다. 대머리가 선그라스 너머로 꽃비를 유심히 보더니 부딪칠 듯 스쳐 지나갔다. 꽃비는 공연히 마음이 으실으실해졌다. 날름거리는 독사의 혀처럼 대머리의 눈이 자기의 몸을 훑는게 느껴져서였다.
아 진짜, 소름 끼쳐.
대머리가 저 멀리로 사라지자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떤 꽃비다.
오줌 눴니 왜 몸을 떨어?
악 깜짝야. 무슨 소리야.
밥 줘 꽃비야.
아 내가 왜 밥을 주냐고. 갑자기 사라져서 잘 됐다 했더니.
넌 이쁘고 착한 마음도 가졌고 몸도 늘씬하고 똑똑하고... 에 또, 가슴도 크고,
뭐야? 내 가슴은 언제 봤냐? 변태 스토커 아냐?
꽃비가 슬쩍 가슴께를 보며 말했다.
뻥이야!
뭐?
오늘 만우절.
꽃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두 팔을 들었다.
좋아. 밥 줄 테니 가자. 가.
진짜? 우와 신난다.
뻥이야, 그만 따라와!
밥 줘!
왜 밥을 나한테 달라냐고!
밥 줄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언제 봤다고? 우리가 친해?
이제부터 친구 하면 되잖아.
헐, 이제 우리 친구다. 그럼 친구가 되는?
어,
기가 막히네. 하여튼 친구 아냐. 얼른 가.
쳇, 밥 한 끼 갖고 치사하게.
밥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내 방에 들어오는 게 문제지.
그럼 좋다,
뭐가?
문밖에서 먹고 갈게.
휘청, 꽃비가 넘어질 뻔했다.
으아 정말! 찐드기거머리말미잘아!
꽃사슴이라며?
꽃사슴 다 사냥꾼에게 잡힌 다음에 너 꽃사슴해라.
하여간, 밖에서 먹을게. 그럼 되잖아.
아이고 대체. 넌. 알았다고. 따라와 그럼.
만우절?
아냐. 아니라고. 따라와.
꽃사슴, 현수가 신나서 졸레졸레 따라왔다. 꽃비네 집은 옛날 집이라 쪽문이 있고 그 안으로 좁은 골목을 지나면 이층으로 올라가는 낡고 녹슨 철제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 이층에 방이 나왔다. 꽃비가 문을 여는 동안 현수가 계단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아있는 현수를 보지도 않고 꽃비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현수는 폰을 꺼내 뭔가를 했다. 문이 쏙 열리고 꽃비의 머리만 나왔다.
반찬 없어. 그냥 있는 거 준다?
현수가 폰에서 눈을 안 떼며 오케이! 했다. 꽃비가 그런 현수에게 소리 없이 뭐라고 중얼중얼 하고 들어갔다. 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잠시 후 꽃비가 작은 쟁반에 음식을 들고 나왔다.
이게 뭐야?
내가 개발 중인 레시피.
계란말이 냉면?
계란은 따뜻하게 데워져있었다. 그 안에 얼음 육수가 동동 뜬 냉면이 채워진 모습인데 현수가 젓가락으로 그걸 이리저리 돌려봤다.
먹어도 괜찮은 거겠지?
아 몰라. 지금 먹을 건 그것 뿐이야.
현수가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 한 입 먹었다. 눈을 감고 오물오물 하는 모습이 귀엽긴커녕 얄미워 꽃비가 또 입모양으로 뭐라 했다.
이거 희한한 맛이네.
시식을 끝낸 현수가 간단하게 평을 하고 나머지를 먹기 시작했다.
희한해?
어 오묘해.
오묘? 맛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현수가 대답없이 꾸역꾸역 계란말이 냉면을 먹었다.
신기하네, 따뜻한 차가운.
뭐야, 희한하고 오묘하고 신기한?
물 좀 줘,
꽃비가 물을 따라다가 줬다.
아 배불러. 잘 먹었다.
맛은? 맛있어?
말했잖아.
그건 맛이 아니라 느낌이잖아. 맛은?
아 맛? 음, 계란 맛하고 또 냉면 맛.
그게 다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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