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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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때면 어린 애처럼 떼쓰고 투정부리고 울고불고, 들리지도 않는데 뭐 어때. 듣지도 않는데 뭐 어때.
현수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꽃비가 이제 가려나보다 하고 보고있자니 불쑥 휴대폰을 내밀었다.
뭐? 번호 따달라고? 싫어 그런 거 해본 적 한 번도 없어!
너 번호 따서 뭐하게?
응? 그럼 뭔데?
꽃비가 은근 자존심 상했다. 따란다고 따주지도 않겠지만 막상 아니라니까 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지.
충전 좀,
뭐?
배터리 아웃이야. 충전 좀 끼워줘.
충전기 없어. 전화기도 다른데 뭔,
같잖아. 아이폰.
난 아이폰 5야.
그러니까 꽂아줘. 이것도 그거에 맞아.
이건 뭔데?
5씨,
이게 5씨니? 제법 이쁜데?
하여간 꽂아줘.
아 정말 귀찮게 하네. 그동안 어디에 있으려고?
안에?
미쳤니? 왜 자꾸 혼자 사는 여자 방에 들어오려고 그래. 음흉하게?
음흉이 내 전공이다 왜? 암튼 그럴 줄 알았지. 걱정말고 꽂아 줘. 여기서 있을게.
아효 정말,
꽃비가 휴대폰을 받아서 충전기에 꽂았다. 삐릭 소리가 나며 충전이 시작되었다. 배터리는 정말 빨강 0프로였다. 충전을 꽂고 나서 의자에 앉아 현수가 말한 맛을 생각해봤다.
신기하고 또 뭐랬더라? 아, 오묘하고 희한하다고? 무슨 표현이 그래, 이거 뭔지 전혀 모르겠잖아. 하여튼 도움이 안 되요. 근데 계란말이니까 계란 맛 나고 냉면이니까 냉면 맛 나는 건데. 왜 뭔가 맛있는 것 같지?
따르르릉
멍하게 생각하다가 전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꽃비 씨 전화 맞습니까?
네 제가 꽃비인데요?
통화 괜찮으신가요? 저희는 모델 에이전시입니다.
아, 네.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신지요?
꽃비 씨가 나온 광고를 저희 클라이언트가 보시고 모델로 썼으면 좋겠는데 누군지 좀 알아봐달라고 해서요. 그래서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얻었습니다. 괜찮으시면 한 번 뵈었으면 하는데요.
모 모델이요? 제가 무슨,
아닙니다. 에이전시인 저희가 보기에도 매력이 있으세요. 한 번 뵙고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떨지요. 가능하면 부탁드립니다.
아 네 뭐 그러세요. 그럼. 음 다음 주 월요일 세 시 쯤 괜찮아요.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모델? 흠... 모델이라, 뭐 돈이나 많이 주면 하겠다.
모델 생각하다가 계란말이 냉면 생각하다가 현수 생각하다가 꽃비가 의자에 앉아 살짝 졸았다. 어? 창문이 어둑해졌다. 폰도 충전완료되었으니 두세 시간 잔 것 같았다. 폰을 빼서 나갔다. 현수가 계단에 앉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꽃비가 안스러워서 담요를 들고나와 덮어주었다.
나 노숙자예요.
문득 낮에 했던 현수의 말이 기억나서 피식 웃었다. 한데서 자는 잠인데도 자연스러워보인다. 이 남자 진짜 노숙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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