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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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질 때 소리가 나. 세상에 귀 닫고 들어보면 꽃잎이 부르는 노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 꽃비가 내리면 합창을 해. 세상을 닫으면 꽃비가 내려. 그리움이 내려.
생리라니. 그런 냄새 날리가, 아니 지금 너 무슨 헛소리야?
응? 아닌가. 아님 그만이지 뭐. 내 폰은?
꽃비가 뭐라 막 하려는데 현수가 폰을 찾았다.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폰을 꺼내 주었다.
그게 왜 거기서 나와?
아 이 이거? 아까 폰 충전 다 돼서 너 주려고 나갔다가 잠들었기에 담요 덮어주고 그러는 동안 잊었지. 뭐.
그런가? 뭐 본 거 없지?
없거든!
현수가 폰을 잡더니 갑자기 냄새를 킁킁 맡아보았다.
내,냄새는 왜 맡아?
흠?
현수가 눈을 좁히고 꽃비를 보았다.
왜? 또 왜?
냄새 좋은데?
아오 정말 너!
아냐아냐 미안미안 너랑 뭔가 벽이 있는 거 같아서 장난친 거야. 미안!
미안! 이라고 말해버리면 끝이야? 라고 하려는데 아고고 소리를 내며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침대에 기댔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하루 종일... 참.
꽃비가 중얼거리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오늘 하루만 잘 넘겨보자고 다짐했다. 모니터에 열어둔 재료 정보에 눈을 돌렸다.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쓰는 비누고 내가 쓰는 샴푸일 뿐인데 현수에게서 나는 익숙한 그 냄새가 몹시도 낯설었다.
아오 진짜 냄새 얘긴 왜 해갖고.
어?
폰으로 뭔가를 하던 현수가 꽃비의 중얼거림에 반응했다.
아무것도 아냐.
아직 냄새 얘기에 분이 덜 풀린 꽃비가 차갑게 대답했다.
쌀쌀하기는. 꼭 밖에 누워있는 거 같네.
으아아, 하룻밤만. 하룻밤만.
꽃비가 속으로 하루만 견디면 이라고 반복했다. 오롯하게 혼자만의 공간이었는데 다른 숨소리가 느껴지면서부터 숨쉬기도 거북해졌다. 마치 공간 안에 일정한 양만큼 존재하던 공기를 두 사람이 나눠 마시면서 느껴지는 결핍증? 그런 답답하고 어색한 느낌이었다. 현수는 기척도 없이 뭔가를 했고 꽃비는 읽히지 않는 글자들을 마우스로 하나 하나 짚어가며 억지로 읽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소리가 나는 의자 때문에 일시정지된 화면처럼 꼼짝 못하고 앉아있으려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삐걱, 헛! 또 소리가 나자 꽃비가 아주 얼어붙었다. 현수가 벌떡 일어난 탓이었다.
드라이버 있니?
어? 있을 건데?
줘.
뭔가를 줘! 하는 말이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달래봤기에 저럴까 뻔뻔하기로는 챔피언 감일 거라고 생각하며 서랍에서 드라이버를 찾아 건넸다. 드라이버를 든 현수가 꽃비 앞에 섰다.
왜? 뭐하려고?
일어나.
왜?
일어나봐.
꽃비가 주춤 일어나자 의자를 잡아당겨 뒤집었다. 그리고 나사를 하나 하나 조이기 시작했다. 의자에 나사가 그렇게 많은지 꽃비는 처음 알았다. 현수가 의자를 잡고 몇 번 흔들어보더니 꽃비를 보며,
앉아.
드라이버를 책상 위에 놓고 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폰을 들여다 보았다. 꽃비가 앉아서 엉덩이를 들썩거려도 이제 소리가 안 났다. 거 참.
고 고마워.
대답을 듣겠다고 한 말이 아니라서 대꾸도 없는 현수가 얄밉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자를 고쳤어도 소리는 났다. 마우스 클릭소리, 옷깃이 서로 닿아서 나는 부스럭 소리,초침 소리는 물론 심지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시계의 분침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집에 이렇게 소리나는 것들이 많았구나.
꽃비가 최대한 살금살금 움직였다. 그날 밤 꽃비의 방은 밤새도록 온갖 소리로 가득한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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