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_꽃비 11
가지는 하늘을 보고 자라고 뿌리는 땅을 보고 자란다. 꽃잎이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뿌리에서 다시 피우기 위함일까. 마지막이 아닌 두 번째 꽃 피움
한참 망연하게 안을 들여다보던 꽃비가 문을 닫고 들어와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다리가 풀려서 서있을 수 없었다. 앉아서 보이는 것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열리게 되어있는 것들은 모두 열린 것 같았다. 서랍, 옷장, 싱크대.
열린 문들이 두 손을 벌려 꽃비에게 박수 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본 사람에게 방을 맡겨두고 간 용감함을 칭찬이라도 하듯. 방은 온통 뒤진 흔적이었다.
훔쳐갈 것도 없네,
라더니. 나쁜 놈.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없어질 것은 딱 한 군데 있었다. 나머지야 가져가래도 안 들고 갈 것들. 열려있는 싱크대 서랍을 보았다. 없어졌다.
이달 치 월세 오십 만 원이 역시나 없어졌다. 이 달에 어쩐지 아줌마가 돈 받으러 늦게 오더라니. 원래대로라면 며칠 전에 냈어야 할 월세가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잃어버릴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신고해야 하나... 신고하려면 이대로 놔두고 경찰을 불러야 할 거였다. 그래야 말이 더 쉬워지니까. 폰을 꺼내 112를 누르고 통화를 누르기 전에 잠시 고민하던 꽃비가 그냥 피식 웃었다.
휴우... 오십 주고 좋은 거 배웠으니 학원비 낸 셈 치자. 내탓이지. 오죽하면 그랬을까. 나쁜 놈. 헝클어진 것들을 정리하고 문을 하나하나 닫았다. 문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으며 닫힐 때마다 꽃비의 마음속 서랍들도 꽁꽁 닫혔다.
사람에 대한, 아니 현수에 대한 대책 없는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걸까. 알 수 없었다. 자기가 왜 그랬는지. 어쩌면... 꽃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