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19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19

커튼을 거친 새벽햇살은 부드러웠다. 밤새 우글우글 들렸을 많은 소리를 이어폰으로 가리고 책상에 엎드려 살짝 잠들었다. 깊이 잠들어 있을 현수를 깨울까 고민하며 침대 쪽을 보았다. 없다. 이불도 말끔히 정리가 되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욕실도 조용. 일 한다더니 정말 일찍 일어나 출근했나보다. 오긴 왔었나. 뺨에 손을 대본다. 입술이 닿았던 자리는 꽃이 떨어져나간 것처럼 막막하다.

어?

의자 밑에 담요가 떨어져있다. 꽃비는 현수네. 했다. 책상 앞에서 잠든 꽃비에게 덮어주었을 것이다. 현수가 다녀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지난 이틀 간 무척 피곤했지만 마음은 피곤하지 않았다. 큰덩어리 하나가 쑥 빠져 달아난 것처럼 개운하고 후련한 기분이랄까. 창밖도 내다보고 침대도 가만가만 만져본다. 아무런 자국도 없이 현수는 그곳 그것에 존재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도 그런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됐다. 이제.

힘들지?

근영이가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전날 그 전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아는 사람은 근영이 뿐이다. 언제나 곁에서 힘을 주는...때로는 곤란하게 또 힘겹게도 하지만...있어서 참 다행인 친구.

언제 나와?

다음 달 초에?

우와 완전 멋있다. 울 꽃비

찬수가 지나가다 흘깃 두 사람을 보자 근영이가 알아서 자백한다.

꽃비 모델 광고요. 다음 달 초에 나간대요. 대장님!

아, 잘됐네요.

찬수가 끄덕하고 주방에 자리를 잡았다. 퍼스트와 꽃비가 나란히 그 앞에 서고 나머지들도 자리를 잡는다.

자, 오늘도 최선을! 최고를!

최선을! 최고를!

모두가 외치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꽃비의 오늘은 순두부 냉면을 조리하는 일이다. 생각 끝에 꽃비는 순두부를 차갑게 내는 것으로 정리했다. 차가운 순두부의 촉감이 냉가 냉면의 면발 사이에서 꽃비 특유의 간장과 함께 버무려지면 완성이다. 찬수가 제일 먼저 시식을 했다. 한입 먹어본 찬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꽃비가 왜일까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찬수가 한 번 더 맛을 보고 꽃비에게 말했다.

묘하다. 꽃비의 이 맛은 참 익숙해. 뭐랄까 감칠맛인데 참 독특하게 질리지 않고 은은해서 꽃향기 같다고 할까. 맛이 꽃비가 바람에 비에 잔잔히 날리는 듯한데. 아무튼 난 이 순두부 냉면 엑설런트야. 자 다들 시식해봐요.

찬수의 찬사가 이어지고 주방 식구들이 조금씩 덜어서 맛을 보았다. 찬수가 극찬을 날린 맛을 티나게 거역할 셰프나 보조는 없다.

와, 역시

순두부를 차갑게 한 게 신의 한수!

음, 꽃비 씨의 특제 간장이 금상첨화다.

순두부 냉면을 바닥에 쏟아버린 퍼스트가 가증스럽게 맛에 맛을 더한다. 근영이는 실제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냉면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꽃비의 손을 덥썩 잡아서 손가락 맛을 보았다.

이맛이야 이맛이야

근영이가 오버액션으로 맛을 표현하자 사람들이 꽃비의 손가락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아 아니야 아니예요. 하하

꽃비가 손사래를 치며 밖으로 나가자 그런 꽃비를 보며 찬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 익숙한데. 설마? 그건 아닐... 테고. 희한하네. 뭐 맛있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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