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21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21

순간 꽃비는 나무들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으며 휘청했다. 찬수가 그런 꽃비를 부축해서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혔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꽃비가 찬수를 보고 놀라 말했다.

어? 대장님 여기 계셨어요? 아이코 어지러워. 영양부족인가.

찬수가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민망해진 꽃비가 머리를 콕콕 찌르며 어리버리 둘러댔다.

꽃비 씨 피곤한 거 아냐? 갑자기 쓰러지고 그래?

아, 조금요. 하하 그랬나봐요.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

꽃비가 고개를 흔들며 일어났다. 아니예요. 괜찮아졌어요. 씩씩합니다! 어색하게 웃고 손을 흔들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꽃비를 보며 찬수가 낮은 숨을 내쉬었다.

갔나요?

대머리가 나무 그늘에서 나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찬수가 손가락을 들어 대머리의 눈앞에 들이대고 흔들며 말했다.

지나친 접근은 규칙위반입니다. 협박과 같은 수단도 규칙위반. 뭐든 다 규칙위반!

찬수가 돌아서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대머리는 선글래스를 꺼내어 쓰고 흥! 하는 낮은 콧방귀를 남기고 사라졌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바쁘게 보내고 나니 브레이크타임이다. 찬수는 오늘의 스페셜 메뉴로 순두부 냉면을 내놓고 메뉴 옆에 by 꽃비 라는 이름을 달아 선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주문량에 순두부 냉면은 조기마감되는 성과를 냈다.

이거 맛이 딱 꽃비 버전이야

맞아 진짜 한결 같네. 각기 다르면서 서로 같은, 영화배우로 치면 최민식?

그치, 모든 역을 자신으로 만들어버리는 파워가 송강호라면 최민식은 모든 역이 자신이 되어버리는 파워. 딱이다. 꽃비 버전이 딱 그래.

스페셜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들 중 하나둘씩 꽃비의 고정팬들이 생기기 시작해서 이제는 스페셜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꽤 많은 팬들이 멀리 가까이 일부러 냉가를 찾아왔다.

음식 맛이라는게 사람마다 다른데 유명해졌다거나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면 그것이 대중의 취향으로 굳어지나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보다는 남들이 맛있다더라 하는 대중의 취향에 자신의 입맛을 맞춰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꽃비의 메뉴는 그런 대중적 취향의 모호함보다 개개인의 입맛에 따라 분명하게 선택되고 호평 받는 쪽이어서 레귤러 메뉴보다는 스페셜 메뉴 쪽이 더 잘 맞았다. 냉가니까 가능한 꽃비의 능력 개방인 셈이다.

스페셜 메뉴 주문 마감을 알리며 친수가 홀에 나가서 꽃비를 소개했고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쭈뼛거리며 주방에서 나간 꽃비가 90도 폴더 인사로 고객에게 보답했다.

냉가의 주방에서는 그런 꽃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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