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22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22

스페셜 메뉴 타임이 지나고 나면 꽃비는 잠시 여유가 생기지만 체질적으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래서 뭐든 한다. 그런 꽃비에게 근영이가 ‘너 다른 사람이 보면 참 재수없는 스타일’이란다. 냉장고를 열어 식자재들의 유통기한을 꼼꼼히 챙겨 적은 꽃비의 폰에 현수의 문자가 떴다.

오늘 철야 해서 못가

번호 주고 제일 처음 온 남자의 연락이 못온다는 문자다. 밤에 현수 만날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던 꽃비는 시무룩해지는 마음을 그냥 놔뒀다. 좀 시무룩해지면 어때. 그러다가 불쑥 반항심이 일어난다. 원래 없었는데 시무룩할 거까지야. 그래도 존재감이 생겼잖아 이제. 야! 존재감은 무슨! 일년 만에 겨우 한 번 본 거거든? 일년... 그 일년 내내 마음안에 살고 있었다? 설마. 네가 그렇게 한가하냐? 꽃비와 꽃비가 다툰다. 그러다가 그 모습이 웃겨서 푸슬푸슬 웃었다. 아이고 꽃비야 왜 이래 구질구질하게.

주방을 정리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 꽃비에게 자기몫의 정리를 마친 근영이가 다가왔다.

오늘 뭐 있어?

응? 아니 아무것도 없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뭐? 맛있는 데 알아?

맛있는 건 당연 소고기지. 오늘 꽃비 시그니처 메뉴도 시작됐는데 소고기 먹으러 가자. 쏘주도 한 잔?

시그니처는 무슨. 그냥 일회성이지. 아무튼 남친은?

오라고 해야지. 이번엔 내가 쏠 차례!

좋아, 얼른 정리하고 가자.

서둘러 마무리를 한 꽃비가 주방을 둘러본다. 싱크와 설비들이 깔끔하게 닦여있고 그릇도 얼룩 없이 정돈 끝. 바닥은 말끔하고 주방도구들은 제자리에 잘 있다. 그런 꽃비가 ㅇㅋ 하기를 기다리며 스태프들이 같이 주방을 둘러본다.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열어 정돈된 상태를 본 꽃비가 마감 인사를 했다.

ㅇㅋ! 퇴근이다~ 오늘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들 꾸벅 인사를 하고 퇴근했다. 퍼스트가 없어서 꽃비가 퇴근 절차를 밟은 것이다.

퍼스트는 안 오려나봐

와도 뭐 끝이지. 가자.

꽃비가 홀을 한 번 둘러보고 문을 나가자 근영이가 문을 잠그고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문을 밀어 열리는지 확인한 근영이가 남친에게 전화를 했다.

소고기 먹자! 오늘 꽃비 시그니처 메뉴 판매! 짠~! 하하 어디가 맛있어? 아 거기? 지하철 두 정류장이네. 좀 이따 봐 자기야!

꽃비와 근영이가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시그니처 좋아하네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냉가의 문을 잡는 그림자가 있는 건 두 사람 모두 꿈에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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