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24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24

어 뭐지? 이 분위기?

냉가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싸늘함은 냉가 특유의 그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낮선 느낌이다. 무슨 일일까. 주방으로 들어서니 퍼스트를 포함 모든 스태프들이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근영이가 흘깃 들어서는 꽃비를 보더니 얼른 오라고 손짓했다. 그런 근영이의 모습에 앞에 서있던 찬수가 꽃비를 돌아본다. 표정이 심상찮다. 꽃비도 급히 그 대열에 합류했지만 원인을 모르니 고개를 숙이기도 그래서 그냥 찬수를 바라보았다. 조리대에는 어제 정돈해둔 식재료들이 다 나와있었다. 찬수는 아무 말 없이 스태프들을 보다가 퍼스트에게 입을 열었다.

식재료 관리를 이렇게 해도 되나요?

아, 안 됩니다.

기한 지난 식재료들이 어떻게 냉장고에 그대로 들어있나요?

그게 어제 제가 제사 때문에 좀 일찍 들어가서

일찍 들어가서 체크를 못했다... 그럼 어제 마지막으로 정돈 한 사람이 누구인가요?

퍼스트가 꽃비를 본다. 꽃비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근영이를 보다가 다른 스태프들을 보다가 말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체크했는데요.

꽃비씨가 마지막 체크를 했는데 왜 일주일이나 지난 고기가 냉장실에 그대로 있나요?

어제는 분명히

퍼스트는 식재료들 다시 주문해서 준비하세요. 꽃비씨는 당분간 막내와 같이 일합니다.

꽃비가 뭔가 더 말하려다가 말았다. 결정은 이미 난 것. 더 길게 말해봐야 구차해질 뿐이다. 근영이가 찬수에게 저기요, 어제는 분명히 꽃비가... 라고 했지만 찬수는 더 듣지 않고 주방을 나갔다. 근영이가 꽃비에게 어쩌냐며 자기 가슴을 쳤다.

아오 답답해. 네가 그럴 사람이야?

퍼스트가 식재료를 주문하며, 머뭇거리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일 똑바로 안 하냐고 소리 질렀다. 스태프들은 힐끔힐끔 꽃비를 보았다. 주방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고개를 몇 번 흔든 꽃비가 근영이에게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대장이 못봤으면 그 식재료로 음식 나갔을 거 아냐. 큰 일 날뻔 했네.

아니 너 어제 분명히 제대로 다 체크했잖아... 에효... 그래 참 다행이다. 다행이야.

막내가 다가와서 꽃비에게 이제 어쩌면 좋겠냐고 눈으로 묻는다. 꽃비는 냉가에서는 막내의 최애 캐릭터다. 자기처럼 막내로 시작해서 시그니처 메뉴까지 만드는 셰프로 성공한 최고의 롤모델이었다. 그런 꽃비가 자신과 함께 당분간,

설거지부터!

꽃비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고 나니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난다. 막내와 근영이 눈을 피해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주방 창 바로 옆에 서 있는 늙은 은행나무에 손을 대고 뭔가를 중얼거리는 찬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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