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27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27

뭐지?

꽃비가 문을 열려고 하자 현수가 잠깐, 이라고 하고 곧 문 열어도 돼 했다. 넌 또 뭐지? 꽃비가 현수를 돌아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열었다. 거기엔 대머리가 굳은 표정으로 문을 여는 꽃비를 보고 있었다.

어? 당신은? 여긴 어떻게 알았어요?

여기 그가 있는 걸 안다. 들어가겠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 꽃비는 현수의 말이 들린 것 같았다. 당황해서인가? 아무 소리 안 들렸는데.

안 돼요. 들어올 수 없어요!

현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저런 사람을 집에 함부로 들일 수는 없다. 대머리는 정말 일부러인지 강제로인지 한발자국도 들어오지 않았(못했)다.

나와라. 나와서 이야기하자.

아니 누굴 나오라고 해요? 나요? 나랑 무슨... 말을?

네가 아니다. 그 안에 있는 그대 말이다. 엇?

어 이 사람 왜 그러지? 현,

이름을 부르려던 꽃비가 문득 이름을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입을 급히 다물었다. 아야, 혀깨물었다.

어... 어... 이런 이런 이.

아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이보세요?

놀란 꽃비가 대머리를 보며 소리쳤다. 대머리는 조금씩 흐려져가고 있었다. 발끝부터 조금씩 몸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현수가 꽃비의 등 뒤에서 나타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머리가 손을 들어 현수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려는 듯했지만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꽃비가 폰을 꺼내어 119에 신고를 하려고 하자 현수가 가만히 그 손을 잡았다. 꽃비가 돌아보자 고개를 흔들었다.

오대수 나무에 무슨 일이 생겼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오대수 나무?

오대수 나무는 제주도에 있는데, 사려니 숲 아주 깊숙한 곳이야. 그 나무에 일이 생겼다는 건 숲이 지워지고 있다는 건데.

꽃비는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숲이 사라지는 것과 사람이 사라지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거지?

가봐야겠다.

오대수라고 불린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자 현수가 옷을 챙겨서 나오며 꽃비를 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다녀올게.

어딜? 설마 제주?



오긴 올 거야? 진짜 와?

꽃비는 이대로 현수도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럼. 오지. 금세 올 거야. 금세 안 와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꽃비에게 보여준 현수가 떠났다. 현수가 나간 방이 온통 비어버렸다. 남김없이 비운 접시와 그 옆에 가지런히 정리된 수저가 보인다. 그 와중에도 음식을 싹 비운 거였다. 뭐 요리 해줄 맛음 나네... 라고 중얼거린 꽃비가 에효... 한숨을 내쉬고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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