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꽃비_28
대수 대수가 나무라고? 그럼 현수는? 숲이 지워지면 사람이 사라진다? 아니 나무랬지 아니 아무튼 대수가 사라진다? 이게 대체 무슨.
그러고 보니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들이 예사롭지 않아보인다. 주방 뒷마당에 찬수가 팔을 대고 중얼거리던 늙은 은행나무도 뭔가 예사롭지 않다. 아래에서 나무를 올려다보니 군데군데 노란 빛이 도는 잎이 보인다. 가을? 아 가을이 오네. 시간 참... 나무가 자기 뒤통수를 보고 있다는 느낌에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출근완료.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를 안고 출근한 주방에 대장이 안 보였다.
오늘 일이 생겨서 못 나온대
근영이의 말에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이 안 나오는 날은 퍼스트가 왕 노릇을 한다. 뭐 또 그래서 주방의 질서가 유지되는 거겠지.
오늘의 스페셜 메뉴에는 만두냉면 바이 장만수. 라는 이름이 붙었다. 퍼스트가 자기 걸 올린 것이다. 셰프 마음이니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단지,
이거 누가 썰었어? 똑바로 안 할래? 다들 짤리고 싶어?
와 유사한 퍼스트의 짜증을 하루종일 들을 수도 있다. 자기 메뉴를 스페셜에 올리면 홀에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퍼스트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간다. 자신의 요리가 주문서에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오늘은 부디 만두냉면 많이들 찾아주시기를... 바라며,
타타타타탁
무심코 양파를 균일하게 썰어 트레이에 정돈하며 생각에 잠긴 꽃비가 문득 고개를 드니 퍼스트가 노려보고 있다.
넌 세컨이나 되는 주제에 이게 뭐야?
퍼스트가 고르게 잘 썰어진 양파 조각을 들고 소리친다. 근영이가 그걸 보고 거들었다.
와 정말 똑같이 잘 썰었네요.
뭐? 막내 자 가지고 와
막내가 자를 들고 왔다. 두 개의 양파 조각을 들어 재보는 퍼스트다. 자, 어떠냐 라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두 조각의 양파는 0.1밀리미터의 차이가 났다.
아이고... 저런 말도 안 되는,
스태프들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퍼스트의 손에 들린 양파 조각을 보았다. 그런 스태프를 노려보며
주방생활 5년이면 이런 건 눈 감고도 그냥 맞춰야지 이게 뭐냐 도대체! 나 장만수는 네 연차 때 쌀알도 같은 크기로 잘랐었다고!
어? 맞다 장만수. 만수? 그럼 퍼스트도 나무인가? 그러면 대장은 찬수? 뭐지 전부 나무들이야? 이게 말이나 되는 말이야?
야! 꽃비! 말을 하면 들어먹어야지 왜 정신이 딴 데 가있어?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잠시 생각이 애먼 데로 빠졌던 꽃비가 고개를 흔들어 머리를 비웠다. 아이고 정신 차리자. 꽃비야!
죄송합니다. 어제 일이 좀 있어서 그만. 똑바로 할게요. 퍼솁!
아무튼 긴장들 해라. 명성이란 생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걸. 냉가의 직원으로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춰라 이 말이야. 다들 알았냐?
넵 퍼솁!
이거이거 목소리 봐라! 알았냐?
넵! 퍼셰에엡!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하자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자신의 자리로 가는 퍼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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