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31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31

모든 물건은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지나봐

날이 부러져 못쓰게 된 칼을 보며 꽃비가 무심코 말했다. 날을 부러뜨린 근영이가 뭔소리냐는 듯 보며

버려지기 위해 태어나는 건 없어. 란다. 꽃비가 응 그렇지 그럴 거야. 그래야 해... 라고 하자 꽃비 눈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말했다.

꽃비야, 나 모르는 사이에 차이기라도 했니?

차여?

나도 모르는 남친한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애하고 차였냐고!

아니

근데 왜 그렇게 코 빠진 것처럼 처져있어?

그런 거 아니야

꽃비, 아이스테이크 냉면 3인분 주문.

꽃비 메뉴가 들어왔다. 현수에게 먹였던 바로 그 아이스테이크 냉면이다. 막내가 식재료를 준비해 갖다준다.

고마워

냉면을 만들면서 현수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웠다.

나는, 나무들하고는 달라. 아니 다르지는 않지만 그냥 조금... 음 아니야 달라. 역시

무슨 말이야? 다른 게 아니라 다른 거?

이 이야기는 너만 알고 있어야 해. 내가 말한 게 알려지면 난 사라지게 될 거거든.

나무가 오랜 세월을 보내면 숲이 돼.

그치

아 물론 아닌 것도 있지만 대개는 그래. 왜냐하면 숲이 이루어지기 전에 자리를 잡은 나무는 숲이 생기면서 그 숲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게 연결이 되거든. 잎은 잎과 뿌리는 뿌리와. 꽃은 꽃들과. 종류가 다르다고 해도 그 오랜 세월 함께 같은 비를 맞고 같은 바람에 흔들리고 같은 햇볕에 숨을 쉬며 그 안에서 하나 된 숲을 이루어가며 동화 돼. 그러면 그 나무는 그 숲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체가 되고 그 숲을 지키는 영이 되는 거야. 리더십을 갖춘 나무가 되는데 그 나무가 더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나중에는 움직이는 나무가 되는 거지.

나무가 움직여?

움직이는 나무는 많아. 그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거지

아... 진짜 그렇다면 정말 신비하다!

그렇지. 아는 사람만 아는 신비한 이야기.

나무가 움직이는 건 어떻게 알아 봐?

오대수 봤잖아

오대수가 진짜 나무란 말야?

오대수 나무는 참 멋져. 거대하고 넓은 팔로 숲을 안아주지. 아니... 참 멋졌었지.

아...정말 모두 타버렸어?

거의. 거의.

나무가 움직인다는 걸 아는 그 일부의 일부 사람들은 그럼 왜 세상에 말을 안 해?

아까 말했잖아

어? 아 사라진다고?

사라지지. 영원히.

사라지는 걸 두려워해서 말을 안 한다고? 그럼 그들도 너와 나처럼... 음

사랑하냐고?

헛! 누누누누가 그래? 누가 사랑하나? 사랑이라는 말은 그렇게 막 하는 거 아니야!

난 막 말을 하지 않아. 사랑이 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거야. 그들은 나는 우리는, 너는

사랑하니까... 사랑이 지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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