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32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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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수는 일주일째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곧 퍼스트의 갑질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나 냉가의 최일선 중 하나인 식재료 준비 파트라고 부르고 실제로 재료 준비부터 잔 심부름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막내들은 3일 내내 아침부터 영업 종료까지 심하다 싶을 만큼 시달리고 있었다. 4명의 막내는 그새 2명이 되어 있었다. 한 명은 입원, 또 한 명은 결근.

꽃비는 찬수가 징계를 풀어줘야 했지만 출근하지 않고 있어서 자신의 메뉴 요리는물론 그 막내들과 함께 온갖 궂은 일을 쳐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퍼스트가 유난하게 막내들을 다그치는 게 어느 정도 자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기에 막내들에게 미안했지만 드러내기도 그래서 속앓이만 하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통은 비웠다 싶으면 어느새 가득 차서 넘칠 지경이다. 어느 정도 냄새를 줄이는 공간에 놓여있지만 가야하니까 가는 곳이다. 하루 두 번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을 비우게 되어있는 오랜 규칙을 깨고 퍼스트는 하루에 네 번 수거통을 비우라고 했다.

어휴 진상 진상... 정말 콱 그냥! 콱콱콱

막내 일을 하는 꽃비가 다른 막내들을 위해 자신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을 비운다고 하자 근영이가 도와주러 같이 나왔다. 발밑에 뭐가 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만큼 누군가를 계속 밟아대며 궁시렁대는 근영이에게 꽃비는,

뭐 그래도 틀린 걸 시키는 게 아니니 할 말도 없지

그래서 더 얄밉다고. 불법 저지르는 것들보다 교묘하게 법을 비웃으며 피해가는 놈들이 훨훨훨 나쁜 놈들이잖아!

좀 그렇긴 하지?

아우 냄새!

꽃비가 근영이와 오랜만에 웃는다. 대장이 며칠째 안 보이는 게 걱정이다. 현수도 마찬가지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도 혹시 현수가 불편할까봐 참고 있었다.

가을이라... 이젠 바람도 불고 해서 여기도 괜찮네.

대장은 무슨 일이래?

글쎄...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현수가 제주도로 다시 떠난 것도 대장이 안 나온 날과 같은 날이다.

제주도까지는 어떻게 가?

어? 비행기 타야지

아! 그렇지. 난 또

눈 감고 주문 외우면 가는 줄?

아 하하하 서...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들킨 꽃비다. 현수는 그렇게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갈 수 없어. 라고 또 다시 알듯말듯 대답한다.

근데 너는 나무가 아니라면서 나무들 일에 열심히 참여하네. 위험하지 않게 조심해서 잘 하면 좋겠어.

그을린 현수의 며칠 전 모습이 떠올라 걱정이 앞섰다. 나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불은 참 무서운 존재다.

나무가 아니지만 나무라고 할 수도 있지. 고마워.

현수가 떠나고 다시 허전해진 방에서 꽃비는 현수가 나무라면 오래 오래 오래 살겠네... 라고 중얼거렸다. 비었다. 비었다라는 감정을 느낄 틈도 없이 살아온 지난 몇 년 간을 도대체 어떻게 지나왔는지도 모르게 이젠 텅 빈 방이 많이 외롭다. 책상머리에서 잠들던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침대에서 잠드는 일이 많아졌다. 노트북을 갖다 놓고 벽에 기대어 메뉴 개발을 하다가 그대로 기댄 채 잠들었다. 침대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현수의 냄새 때문이었다. 풀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 같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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