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돌아보다
보이는 만큼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는 네 모습을 돌아봤어야 한다.
마치 내가 떠나는 것처럼 난
한 걸음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돌아보지 않았어도 네가 보인다.
앞만 보고 걷는데도 네가 보인다.
돌아볼 걸.
그랬으면 어쩌면 난 더 빨리 잊었겠다.
그랬으면 어쩌면 더 빨리 지웠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넌 내가 만들어낸 가면.
지금 돌아보면 그곳은 텅 비었고
너는 내 뒷모습만 기억하겠지.
뒷모습엔 눈물이 없다. 아픔도 없다.
그 순간만 있겠지.
돌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봤어야 한다. 담아 기억했어야 한다.
돌기둥으로 영원에 머무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