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원숭이

by 수요일

시베리아 원숭이

나에게서 가장 멀리 나를 두었어. 다가가려면 열차를 수십 번 갈아타고 입김이 얼음이 되어 쏟아지는 곳. 시베리아 원숭이 우리 곁에 내가 있다.

원숭이는 보드카를 마셔. 바나나를 한 입 물고 보드카를 마신다. 멋들어지게 병을 돌려 나에게 던지지. 내 우리는 팔뚝 만한 창살이 오십 하나. 커다란 고드름이 새로 자라고 있어. 오십 둘의 얼음 창살로 변하게 될 거야. 재주 좋은 원숭이가 촘촘한 창살 너머 보드카 병을 던지지.

병은 얼음으로 덮였다. 얼음 안에 얼지 않는 술이 있어. 한 모금에 얼음공기로 가득 찬 허파가 녹는다. 그제야 난 막힌 숨을 내쉰다. 보드카 한 모금에 바나나 한 입, 바나나는 가슴에 품어라.

어서 보드카를 던져주지 않으면 얼어붙는다. 나의 벗 시베리아 원숭이. 병은 바닥에 굴러도 깨지지 않는다. 보드카가 출렁. 병 속 바다에 파도가 친다.

네 우리는 창살이 너무 많아. 점점 더 안 보이게 될 거야. 원숭이가 말했다. 넌 죽게 될 거야. 보이지 않는 동물은 즉결처형이다. 재주를 넘어라. 눈길을 끌어라. 얼음 창살이 투명해지도록 뻣뻣한 입술로 창살을 비벼라. 모두가 볼 수 있게 엉덩이가 빨개지도록 보드카를 마셔라.

나는 그 먼 내가 그리울 때마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고 가슴에 품은 바나나를 베어 문다. 나는 그 먼 내가 점점 더 그리워져 보드카를 또 한 모금 마시고 바나나를 베어 문다. 허파에 보드카의 파도가 출렁. 얼음 같은 그리움이 출렁.

시베리아 원숭이 우리 곁, 나의 얼음 창살은 해마다 새로 자라고, 나는 그대의 눈길로부터 해마다 새로 또 새로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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