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

충전도 없이

by 수요일


건전지

몸에 둘둘 감긴 줄이 풀려나간다
줄에 생명이 낱낱이 묻어 딸려나간다.
건전지 닳듯 타고난 생명은
충전도 없이 해가 갈수록 약해진다

소모된 생명은 아깝지도 않다
사라진 사랑은 아깝지도 않다
나이 든다는 건 아까운 게 없어진다는 것인가
무던하고 무덤덤하여 무덤에 가까워지듯

건전지처럼 갈아 끼웠으면 좋겠는 것들
달리기엔 낡아버린 심장
슬픔에 찌든 폐
한없이 졸아붙은 간
스트레스로 역류하는 식도
그날을 기억하는 뇌세포들

도어락 건전지가 다 됐나 보다.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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