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한 끼
금성이 스치듯 달을 지나고 달은 껌처럼 지구에 붙어있다. 생각해보면 까마득한 우주에서 보이는 금성은 지구에 접촉사고라도 날 것처럼 가깝겠지.
금성이 빛나는 곳에 태양이 있다. 그 빛으로 동그랗게 빛나는 별, 아니 별은 태양급에 붙는 이름이라니 혹성. 금처럼 노랗게 빛나지만 별은 아니지. 그래 그곳, 진짜 별 태양이 빛나는 곳은 지금 밤으로 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오후의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시에스타를 했을 거야. 타는 겨울이 오고 있겠지. 아니 따스한 겨울일까. 그곳에선 사람들도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금성을 빛나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해서 두려운 줄도 모르고 나는 매일밤 하늘을 보았다. 나를 집어삼킬 듯 까만 눈동자를 마주 보며 우주 어딘가에 있을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텔레파시. 나의 눈으로부터 출발한 그것은 몇 년 후 달에 닿을 거야. 지금 빈 소원이 몇 년 후에나 이루어지는 것처럼.
밤을 건너 아침으로 가는 기차는 금성 같다. 빛을 노랗게 흘리며 동에서 서로 달리지. 나는 가만히 앉아 금성처럼 동에서 서쪽으로 건너온다. 가만히 앉아 세월을 보내고 낡은 숨을 내쉬며 흘러가는 빛을, 지나가는 밤을, 본다.
누군가는 밤이 열리고 누군가는 낮이 열리는 지금, 머리 위로 금성이 지구 그림자에 숨은 쪽달을 스치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