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근미래)
아 콤빠니에 4-1
박씨가 차를 후진하여 오씨가 내밀어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딱 잡아챘다.
- 올커니!
위이이이잉~ 수거함을 잡아챈 기계가 수거함을 들어올려 차 탱크의 구멍으로 쏟아붓는다. 삐이 삐이! 잠시 후 쏟아지던 음식물 쓰레기들이 뚝 멈췄다. 기계는 요상한 각도로 수거함을 집어올린 채 작동을 멈췄다.
- 벌써 찬겨?
박씨가 코를 싸쥐고 말하며 계기판을 보니 탱크 용량을 표시하는 바늘이 빨간 숫자에 딱 닿아 부르르르 떨고 있었다. 운전석쪽으로 걸어오는 오씨가 보였다. 오씨는 목에 손을 대고 슥 긋는 모습을 하며 박씨에게 말했다.
- 여까지여. 더는 안 돼야.
- 아 그럼 워쩐댜? 저걸 싹 치워야 하루 일당이 나오는디? 그냥 말어?
- 그려. 이번은 말고 담번에 뭔 수를 내자. 우야둥간에 치우면 되능겨?
- 이 동네 음식물 쓰레기를 다 치워야 돈이 좀 된다규. 형님은 참!
- 알었어. 우짜둥 수를 내자고.
2051년 1월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어느덧 반 백년이 지났지만 이놈의 음식물 쓰레기는 아직 별 다른 대책이 없었다. 생활이 풍요로워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조금 만들어 먹고 남는 것은 버렸다. 공산품이나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건 이제 생분해 물질로 거의 대부분 대체가 되어 쓰레기 매립에 대한 인류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었지만 음식물은 사용되어봐야 사료가 대부분. 새롭게 개발되어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단백질 덩어리는 이런저런 음식물 형태로 가공되어 국가의 어마어마한 혜택에 지원까지 받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었지만, 과연 누가 그걸 알고 먹겠나. 심지어 가난한 박씨나 혼자 사는 오씨조차 그 광고가 모니터에 나올 때마다 아이고 저걸 누가 먹는댜? 하며 혀를 찼다. 특히나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멘트는 법률적 필수요소로 광고의 끝부분에 규정된 형태로 드러내야 했으니 더욱이나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지금 나오는 이 광고,
라면은 역시 논심 잔파구리,
하루 필수영양소 첨가에
튀기지 않아 담백하고
딱 좋은 나트륨 하루 권장량까지,
건강라면입니다.
맛도 값도 역시 논심.
갑질 없는 희망사회
논심이 만들어갑니다.
이 광고는 재활용된 음식물 쓰레기 관련 심의필 규정을 준수합니다.
뭐 없는 사람들에겐 그나마 힘이 될 정도의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 아니 근디 형님, 어차피 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는 잘 먹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고기는 왜 안 먹는댜?
신호가 걸린 사이 광고를 보고 있던 박씨가 특유의 톤으로 오씨에게 물었다. 그 톤은 이런 식이다. 아아아니 근디 형님!(멈추고) 으짜아피(올리고) 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돼애지는 잘 먹음서(반만 올리고) 음(길게 끌고)식물 쓰레기로 만든 괴기는(멈추고) 왜 안 먹는댜?(올리고) 이런 식이다. 뭐 따라 읽으면 재밌겠지만 하고 싶은 사람만 따라 하면 된다.
- 그러는 박씨는 저걸 왜 안 먹는댜? 그냥 괴기랑 똑 닮았다든디?
- 아 저야, 그 원체가 괴기보담 풀떼기 체질이니께 그러쥬. 근디 형님은 먹어봤슈? 그게 괴기랑 똑같어?
- 아 먹어보긴 누가 먹어봐아, 아앞집 차앙식이가 한 점 먹어보라고 갖고 온 걸 냄비째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지?
- 아이고 형님도, 굳이 먹어보라고 갖고 온 걸 성의를 봐서라도 한 점 먹어보지 버린댜? 아깝게?
- 먹어 보긴? 이래 봬도 내가 그 미식가여, 미식가. 혓바닥에 쿰쿰한 냄새 배면 박씨가 책임질겨?
- 책임은 왜 지래유. 내가 갖다 맥인 것두 아닌디!
뒤차가 빵빵거리고 나서야 박씨가 신호 바뀐 걸 알고 차를 움직였다. 두 사람은 싣고온 음식물 쓰레기를 회사의 거대한 저장고에 붓고 지정된 장소에 수거 차를 세웠다. 그곳엔 박씨와 오씨가 작업하던 차보다 두 배는 더 되어보이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박씨가 사무실에서 반밖에 안 되는 돈을 받아 나와 오씨와 나눴다
- 내일은 무슨 수를 낼겨.
- 수는 뭔 수, 다 치울라믄 저거처럼 더 큰 차가 필요한디, 형님이나 내나 그 돈이 읎으니 신형을 살 수도 읎고~
- 아녀, 이래봬두 내가 신동소릴 듣고 자란 사람이여. 기다려봐아 하늘이 무너져두 솟아날 구멍은 있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