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아니 재클린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02
- 랜디, 일어나요. 래앤디이~ 어서,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이룬의 목소리다. 랜디는 눈을 반쯤 뜨고 두리번거리며 이룬을 찾았다.
익숙한 공간, 변하지 않는 현실. 갤럭시 브레이커들의 우주함선은 작은 원룸 공간처럼 좁고 답답했다. 침실, 주방, 욕실, 화장실까지 방 하나에 모든 게 다 들어찬 원룸처럼 이 작은 공간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한다.
나머지 공간은 추진체와 동력, 그리고 생명유지를 위한 시스템 일부와 대부분이 대 항성 파괴 무기를 탑재한 공간이다. 원하면 선체 바깥으로 마련된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으나
랜디는 막막한 어둠으로 가득한 선체 표면을 마치 물 빠진 갯벌을 기어가는 느낌으로 어정쩡하게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니 처음 몇 번은 그렇게 했지만 할수록 맨땅을 걸어가며 자연과 호흡하던 고향이 떠올라 그만두었다.
- 일어나요 랜디, 응? 어서 일어나.
- 재클린. 그 목소리... 그만둬줄래?
- 일어났군요. 랜디가 안 일어날 땐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란 거 알잖아요.
- 일어났군요는 무슨. 벌써 다 알고 있으면서. 마지막 한 번 더 부른 건 일부러...였잖아.
- 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도 랜디의 신체상태를 스캔하지 않아요.
- 하여간 알았어. 대체 재클린은 몇 퍼센트가 사람이고 몇 퍼센트가 기계야? 오래 같이 생활하고 있지만 난 아직도 그게 정말 궁금하다니깐.
- 굳이 퍼센트로 나눈다면 7:3?
- 뭐? 30퍼센트나 인간이야?
- 아니에요.
- 그럼?
- 70퍼센트가 인간이라고 볼 수 있죠.
- 진짜야? 그럼 거의 인간이잖아!
- 인간의 70퍼센트가 물이니까, 나도 그 정도의 물속에 잠겨있거든요.
- 진짠 줄 알았잖아.
- 장난은 아니지만... 하여튼 나의 휴먼 비율은 꽤 높아요. 게다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도 해요.
- 높아져?
- 랜디와 싱크로 되는 비율이 계속 올라가게 프로그래밍 되어있으니까요.
- 아 어쩐지 점점 더 이룬 같아지고 있어. 맞아. 매번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니.
- 준비해요. 5분 뒤 도착해요.
- 준비고 뭐고 그냥 쏘고 빠지면 끝인걸 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랜디는 옷을 갖춰 입고 고글을 착용했다. 무기 발사를 준비하는 동안 기록할 것도 있고 체크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