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함선에는 반드시 파일럿이 탑승해야 한다.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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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999년 태양을 향해 조금씩 빨려 들어가던 지구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일부의 인류는 그 유전자 속에 깊이 간직된 투쟁의 본능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분열과 통합의 전쟁을 거쳐 마침내 200여 년 후인 3216년 신 지구연방을 설립하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다시 300년이 지난 서기 3517년, 위기와 극복, 갈등과 통합으로 얻은 과학기술과 무기 체계를 바탕으로 신 지구연방은 주변의 은하계 행성들을 식민지화하는데 성공한다. 이 가슴 아픈 이야기는 그로부터 다시 200년이 지난 서기 3716년에 시작된다.
식민지 지배를 위한 항로를 개척하여 행성 간 워프 터널을 구축한 신 지구연방에 어느 날 큰 사고가 발생한다.
터널 주변에 존재했던 퇴행 항성이 대폭발과 함께 소멸되며 생성된 블랙홀이 워프 터널의 일부까지 소멸시키는 참사가 발생한 것. 이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막대한 돈이 우주 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태양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구에서 탈출해야했던 인류의 무의식 속에는 블랙홀에 대한 두려움이 깊이 각인되어있었다. 터널 붕괴 사고로 패닉에 빠진 연방을 수습하기 위해 연일 회의를 거듭한 신 지구연방은 마침내 연방이 지배하는 은하들의 상태를 미리 감시하고 소멸 조짐이 보이는 별을 사전에 제거하여 블랙홀의 공포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전략을 세운다.
대 항성 파괴무기를 장착한 함선을 갤럭시 브레이커라고 이름 짓고 1년 간 훈련받은 파일럿 지원자 1인과 인간의 영혼이 결합된 휴머노이드 컴퓨터를 탑재하여 각 은하로 파견한다. 이 작전에 지원한 사람 각자가 말 못 할 사연을 안고 10년 장기 계약의 갤럭시 브레이커로 머나먼 항해를 떠나게 된다. 모든 지구 연방의 함선에는 파일럿이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인하여.
- 랜디. 일어나요. NS2902C 은하에 도착했어요. 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