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숙제를 할 필요가 없는 아이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04

- 신이 아니라면서,

랜디가 잠자코 있다가 재클린 쪽을 돌아보며 툭 던졌다.

-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는 건 아니야?

선체를 스치는 파편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처럼 계속 되었다.

트트트트트틋 트트트트트트

- 저 가운데 어떤 삶이 지나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르잖아.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재클린이 대답했다.

- 항성이 파괴되면 어떤 꽃은 얼음꽃이 되어 피고 어떤 풀씨는 가능성을 몰수 당하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겠죠. 어떤 빛은. 피우지도 못하고 어둠이 될 것이고 어떤 동물은 그림자처럼 스러지고 어떤 바람은 어떤 강물은… 무엇이 저 바깥을 스치는지, 우린 알 수 없어요.


- 숙제가 필요 없어진 아이일지도 모르지.

랜디가 중얼거리며 중앙의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입자가 되어 지나가는 빛과 어둠과 그리고 그 무엇일지 모를 것들이 섞인 우주의 파도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돌아오지 못할 파도, 어디에 도착할지도 모를, 닿을지 말지조차 알 수 없는, 끝없이 외로운 ‘존재’의 ‘부존재’한 여행. 무슨 말로 이 순간을 표현할 수 있을지... 그때 재클린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 모르니까, 우린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랜디.


재클린의 그 말은 모든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답일지도 몰랐다. 문득 랜디는 그 정답에서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본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모르니까, 우린 모르니까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재클린

- 그래요. 랜디. 하지만, 결국 모든 건 강자에게 유리하도록 변해가잖아요. 모든 것들이. 저들에겐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군요.

- 운명이라니. 누가 준 운명이지.

- 우리...가요. 랜디와 나. 우리예요.

- 아... 대체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야. 수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배고픈 자들은 늘 배고프고 배부른 자들은 남긴 걸 나눠주려 하지 않지. 인간은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나는 것일까. 저들은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마지막을 맞이할 권리와 기회를 박탈당한 거잖아.


재클린은 묵묵히 선체를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침묵을 지켰다. 물체가 지나간다기다는 어떤 영혼의 잔재들이 죽음의 찌꺼기가 되어 선체에 들러붙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랜디, 커피 마실래요?

- 그래. 커피... 마시자.


재클린의 지시에 따라 로봇이 랜디의 커피를 받아 날랐다. 진한 커피향이 말을 잊은 콘트롤 타워를 스치는 소리들에 어울려 잔잔하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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