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조차 없이 많은 생명들이 ‘있었다…’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08
트트트트으으, 별의 마지막 한숨 같은 소리가 선체를 스치고 아득하게 사라져 갔다.
별이 있던 자리엔 시커먼 공동처럼 허무의 세계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 그건 어쩌면 또 하나의 블랙홀. 바라보고 있는 랜디의 심신을 끊임없이 빨아들일 것처럼 일렁이는 어둠의 공간.
별이 있었고 별에 기대어 생존하던 딸림별들이 있었고 딸림별마다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생명들이, '있었다'라고 기록조차 없이 기록될 것이다.
- 재클린, 편지를 쓰고 싶어. 이룬에게.
- 네, 이야기해요.
재클린이 묵묵히 랜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이룬, 랜디야.
잘 지내고 있어? 밥은 잘 먹고 있니? 아픈 데는 없어?
나는 오늘도 블랙홀을 만든 것 같아. 블랙홀을 막기 위해 블랙홀을 만든다니 아이러니야. 우리가 신일까. 그들에겐 우리가 신의 분노일까.
신도 이렇게 무엇인가를 파괴하며 마음이 아팠을까...
아니야. 재클린. 이 부분은 삭제해줘.
- 블랙홀 부분을 아예 삭제할까요?
- 그래. 그냥 아픈 데는 없어? 까지만.
- 네 랜디. 삭제했어요.
- 계속할게, 이룬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어. 반년. 6개월만 보내면 이룬에게로 돌아갈 거야. 맞지 재클린?
- 맞아요. 랜디. 임무 수행 9년 6개월과 16시간째.
- 계속할게,
이룬 그립고 보고 싶은 이룬.
지난 세월 이룬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다고 해도 내내 이룬을 사랑해. 사랑해 이룬. 곧 보자.
이룬의 랜디로부터.
- 다 적었어요.
- 고마워 재클린. 언제 보내지게 되지?
- 다음 보급기지가 19시간 이내에 있어요. 그곳에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해요. 랜디.
- 이룬에게서... 온 편지도 있겠지?
- 글쎄요.
- 있을 거야. 반드시
- 네. 랜디.
랜디가 창밖을 바라본다. 함선은 별이 사라진 공간에서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꽁무니를 보이면 멸망의 원혼들에게 잔혹하게 삼켜질까 봐 두려워서인가. 오직 물러설 뿐이다.
멀어질수록 거대한 공동이었던 어둠이 무수한 별 사이로 숨겨진다.
멀어질수록 더 작아지고 마침내 깜깜한 어둠에 가려져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아무 흔적도 느낄 수 없게, 어둠과 함께 뒤섞인다.
어둠은 빛 가운데서 존재하는 것. 그래서 어둠은 더 막막하고 더 먹먹하게 끝없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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