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브레이커

거기 누구 없어요?

by 수요일


단편소설 갤럭시 브레이커


12


잠시만요 라는 재클린의 전송음이 들리고 몇 분이 흘렀다. 랜디는 지난 세월보다 그 몇 분이 더 지루했다.

- 아, 왔어요. 이룬으로부터.

- 읽어줘.


그리운 랜디, 나는 잘 있어요.

십년의 세월이 길고 지루하게,

하지만 마침내 흘러갔군요.

조금만 더 견디면 랜디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떨려요.

그동안 랜디가 보내준 돈은 잘 모아두고 있어요.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가 살 집도 구했어요.

작고 아담하지만 따뜻하고 아늑해요.

남은 몇 달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요.

당신의 빈자리를 늘 깨끗하고 다정하게

품고 있을게요.

당신의 이룬으로부터.

랜디는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캡슐이 가늘게 떨렸다.


보급기지에 도착할 때마다 이룬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렸지만 메시지가 도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 년에 한 번 보급이 이루어졌고 아홉 번의 보급을 받았다. 아홉 번째에 마침내 이룬의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랜디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걸 보지 못한 재클린이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이룬은 잘 있군요. 다행이에요.

- 집을 구했다고? 그래 다행이야. 그런데 재클린, 궁금한 게 있어. 19시간 만에 손톱이 얼마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해?

- 무슨... 뜻이에요?

- 지난 임무 후 여기 오기까지 19시간이 지났다고 했지.

- 그래요. 19시간이 지났어요.

- 인간의 손톱이 19시간 만에 두 배가 자라는 게 정상인가?

- 무슨...말이에요, 랜디.

- 손톱을 깎았어. 잠들기 전에. 내가 지구에서 살 때는 3주마다 손톱을 깎아야 했지. 그 정도 시간이 흘러야 깎을 만큼 자랐거든. 그런데 임무가 시작된 후로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손톱이 깎아야 할 만큼 자라있었어. 불과 2일 혹은 3일을 잤을 뿐인데 말야. 재클린, 이상하지 않아?

- 아, 그거야 그, 그거야... 수면항해 때문에 몸이 조금 변한 게 아닐까요.

- 재클린, 그게 재클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야?

- 정확한 건 검사를 해봐야 알겠어요. 나도 요즘은 랜디의 신체에 관한 데이터 체크 주기를 전보단 늦춰서 하고 있어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잠잘 때와 깰 때의 간이체크 말고 정밀검사를 해보기로 해요.

랜디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 재클린, 우리 솔직하자. 이제 육 개월이면 이 답답하고 지루한 여행이 끝나게 되잖아. 지난 번 임무 때, 소멸시킨 별의 딸림별에서 보내진 메시지가 있던 거 재클린도 알았지?

- 메시지라니요. 무슨 메시지요? 그런 거 없었어요.

- 살려달라는, 우주 공통의 구난신호. 별이 파괴되고 흩어지는 동안 딸림별에서 보내진 SOS... 누군가는 살아있었어. 생명체가 없다는 재클린의 말과 달리 누군가는 분명 살아있었다고. 나는, 우리는 살인자가 된 거야. 재클린. 우린 그동안 생명을 말살하는 죄악을 저지르고 다닌 거라고.

- 그걸 어떻게 알았나요?

- 그래 재클린. 그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나에게까지 들렸어. 아주 작았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 그 미약한 신호를 들었군요. 이렇게 됐으니 솔직히 말할게요. 랜디, 그 딸림별의 생명체는 하나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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